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생 10명 중 4명은 중학교 과정의 영어, 수학을 미리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생 10명 중 3명가량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보다 시험이 어렵게 나오고, 수업과 복습만으로는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8일 내놓은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김정민)를 보면 초6의 47.8%가 중학교 영어를 미리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9천72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영어 선행학습 진도를 세부적으로 보면 중1 1학기 24.3%, 중1 2학기 8.8%, 중2 1학기 4.7%, 중2 2학기 3.4%, 중3 1학기 2.4%, 중3 2학기 1.6% 순이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이미 배운 학생도 2.6%가 있었다.
중학교 수학을 미리 배운 초6은 37.7%로 집계됐다.
학습진도는 중1 1학기가 25.0%로 가장 많았고, 중1 2학기 5.9%, 중2 1학기 3.0%, 중2 2학기 1.7%, 중3 1학기 0.9%, 중3 2학기와 고등학교 과정 각 0.6%였다.
초·중·고교생 중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수학을 선행학습했다는 응답률은 86.2%에 달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4.1%, 중학교 87.0%, 고등학교 89.5%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행학습을 한 비율도 높아졌다.
또 초등학생은 일반중에 가려는 학생(84.0%)보다 국제중에 가길 희망하는 학생(93.7%)이, 중학생은 일반고에 가길 바라는 학생(86.5%)보다 특목고에 가려는 학생(90.6%)이 더 많이 선행학습을 했다.
학교 성적과 선행학습 경험은 비례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영어 성적이 매우 낮은 학생 중 선행학습을 한 비율은 59.3%였지만, 성적이 매우 높은 학생은 90.1%에 달했다. 중학교는 각각 73.2%와 94.0%, 고등학교는 68.8%와 89.5%였다.
주당 선행학습 시간은 초등학교는 1∼2시간 미만(21.5%), 중·고교는 2∼3시간 미만(각 15.8%, 15.0%)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의 30.9%는 수학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보다 시험 문제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교생은 수학 수업에서는 기본적인 내용만 배우는데 시험에는 심화문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3.1%에 달했다.
또 초·중·고교생 10명 중 3∼4명은 수업과 복습만으로는 교내 경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과목별로는 영어는 35.8%, 수학은 38.8%가 수업만으로 경시대회를 대비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보고서는 "선행학습을 줄이려면 학생 학습 속도를 고려해 교육과정의 범위를 축소하고 수준별 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편성의 자율성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