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비치된 재단용 꽃과 제사음식 (노컷뉴스 / 부산경찰청 제공)
장례식장 제단을 장식하는 꽃이나 제사 음식이 유족 몰래 수차례 재사용되고,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직원들은 장례물품을 유족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대가로 최대 50%의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부 부도덕한 업체에 한정된 사례가 아니라 장례업계 전반에서 관행화된 비리라는 점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례식에 사용하는 꽃과 제사 음식을 재활용해 폭리를 챙긴 혐의로 정모(57) 씨 등 꽃집업자와 식당 운영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조화나 영정사진, 운구차 대여 등 장례절차에 관련된 물품 납품업자들과 장례식장 직원, 상조회사 직원 간에 거액의 리베이트가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돈을 주고받은 관련자 53명을 함께 입건했다.
꽃집과 식당 업주인 정 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4년동안 부산지역 대형 장례식장 3곳에서 제단 꽃과 제사 음식을 수차례 재사용하는 수법으로 한번에 최대 200여 만 원씩 모두 천여 회에 걸쳐 11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제단에 올리는 음식을 마치 새로 장만한 것 처럼 속인채 이전 장례식에서 사용한 음식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차례 제상에 올리는데 20~30만 원 가량 하는 제사음식은 나물과 두부 등 쉽게 상하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장례를 마친 직후 전량 냉동보관한 뒤 다음 유족들의 장례식에 그대로 재사용됐다.
경찰이 실태를 확인한 결과, 제단에 올려진 일부 생선은 성에와 얼음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고 수박은 얼마나 재사용했는지 껍질이 물러져 손으로 누르면 움푹 파일 정도로 상한 것도 있었다.
제단을 장식하는 꽃 역시 마찬가지다.
업자들은 장례가 마치기 무섭게 수거해간 뒤 물을 뿌려 싱싱한 새 꽃처럼 꾸미고, 심하게 시든 꽃은 다른 꽃으로 교체해 다음 장례식에 재사용했다.
제단용 꽃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가격도 비싸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품목으로, 경찰은 "하나의 꽃장식이 몇차례나 재사용되는지 알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제단용 꽃과 음식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현장 (노컷뉴스 /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와 함께 장례업계의 뿌리깊은 리베이트 수수 관행도 함께 적발했다.
꽃집은 판매대금의 40%, 영정 사진사는 50%, 운구차 대여업자는 30%, 납골당 알선은 30%, 상례복 대업자는 1벌당 1만 원씩의 리베이트를 장례식장 운영업자와 상조회사 대표, 장례지도사와 개인장의사 등에게 상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관련자는 꽃집업자 등 8명을 포함해 모두 61명에 이르고, 이들이 주고받은 돈은 지난 4년간 경찰이 확인한 것만 4억 5천 원에 달한다.
부산경찰청 방원범 광역수사대장은 " 12단계에 이르는 장례절차 모두에서 리베이트가 오갔고, 조문객 접대용 음식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례비용이 리베이트 비리와 바가지로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번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드러난 비리가 부산시내 60여 곳에 이르는 장례식장 가운데 대형 시설 3곳을 임의로 선정해 '확인차원'에서 수사한 결과라는 것이다.
경찰은 제단용 꽃과 음식의 재활용 실태를 비롯해 장례업자 간의 리베이트 수수가 거의 모든 업체에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