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곡동 보금자리지구에 아우디 정비공장이 건설되는 것을 두고 주민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31일 책임 소재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초등학교와 45m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교통량 증가로 사고 위험성이 크다며 담당 서초구청에 공사 인·허가 취소 요청이 빗발치는 내곡동 아우디정비센터를 시장과 구청장이 함께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지하 3층∼지상 3층에 최대 64개 작업대를 갖춘 정비센터는 내년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나, 서울시청 온라인 시민청원사이트에 오른 정비센터 공사 인·허가 취소 민원에 1천700여명이 가세할 정도로 논란거리다.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한 박 시장은 우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댔다.
주민들은 "정비센터가 통학로에 위치해 매일 1천500대의 차량이 왔다갔다 하게 된다"며 안전 우려를 제기했다. "정비센터가 들어서는 곳이 분지여서 그 상공에 발암물질이 쌓이게 돼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정비센터 터가 애초 주차장 용지여서 부대시설은 30%만 넣을 수 있는데도 주객이 전도돼 정비시설이 부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위법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아우디 측은 "(주민들이 추산하는 것처럼 정비센터 부근에) 1천500대가 지나다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오가고 나서 진 구청장이 먼저 "서울시와 SH공사가 비용을 보전한다며 녹지를 주차장으로 허가했다"며 "서울시가 주차장 용지에 정비공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먼저 답변을 했다"고 반응했다.
정비센터 인·허가를 낸 건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서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자 박 시장이 "시가 그렇게 해석을 했더라도 인허가권자인 구청장이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시 진 구청장은 "법적으로 부대시설이 30%까지 들어올 수 있게 돼 있는데 (박 시장이) 변호사 출신이면 제대로 알고 말씀하셔야지 현장에서 그렇게 단언하셔도 되냐"고 말해 입씨름이 가열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게 중요하다. 아우디 측도 나름 설명을 하는 만큼 주민 우려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합의안을 찾아가겠다"며 분위기를 정리해 더는 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서초구의 상급기관이기는 하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 진 구청장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이번 문제 외에도 강남역 일대 대심도터널 건설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는 민원 내용을 토대로 다음 달 2일 현장에서 다시 시민 간담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