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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합니다" 두 번째 성토대회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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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한' 학생들, 동국대에 모여 고용안정·철도 민영화 등 날 선 비판

 

최근 전국 각계로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의 뜻을 잇는 두 번째 성토대회가 열렸다.

1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정문 근처 이해랑 예술극장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길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기 시작했다.

학생들 곁에 세워진 팻말에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의인화해 풍자하면서 인기를 모았던 '민영아 어디서 잤어?'라는 '안녕들 하십니까' 시리즈 대자보가 붙었다.

어느새 150여 명의 학생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자리를 채우자 본격적인 성토대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화답하며 대회를 시작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경찰행정학과 4학년 정성인 씨는 "고려대학교에서 시작한 대자보 한 장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모두가 고민을 털어놓는 문화가 싹트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나도 곧 취업준비에 매진해야 하지만 그 전에 다양한 문제를 함께 얘기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대학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화제의 '민영아 어디서 잤어' 대자보를 작성했다는 정치외교학과 조재현 씨는 "대자보에 밤새 성원해준 일베 회원과 국정원, 기무사 등 여러 기관 알바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민영화에 작별인사를 고하려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하러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민영화하지 않는데 왜 믿지 않느냐고 철도노조와 시민을 비난했다"며 "박 대통령의 말이 맞다. 민영화가 아니라 거대 자본의 사영화, '근혜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구미현(63) 씨와 김옥희(59) 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요즘 대자보가 유행이길래 우리도 썼더니 운동권이 대필했다는 댓글이 달렸더라"며 "우리가 '운동권 할매'가 됐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안녕하다고 대답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에 대해 설명한 뒤 "취업에 바빠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하지 않아야 할 부탁을 하겠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절망으로 자꾸 자기 생명을 버리고 있다. 희망이 되어 절망을 보지 않고 희망을 볼 수 있도록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국어교육학과 4학년 이수지 씨는 "사범대 학생들은 시간선택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가 될까 두렵다"며 "교사들마저 고용이 불안하다"고 알린 뒤 대회에 참석하기 직전 우연히 만난 기타를 가져온 학생과 함께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오후 6시 저녁 수업을 듣기 전 잠시 자리를 냈다는 북한학과 1학년 김희정 씨는 "다들 다른 사람 삶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부를 물어줘서 안녕하다"면서도 "열심히 아르바이트해도 학자금 대출이 800만원을 넘고 보일러도 못 틀어 개인적으로는 안녕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사회생활은 원래 힘들다지만 꿈의 날개를 펼치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대학 시절부터 왜 체념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돋웠다.

이번 대자보 운동의 포문을 열었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 씨도 참석해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주 씨는 "대자보를 쓴 이유는 그저 철도파업으로 수천 명이 직위해제 당하는 상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왜 글을 썼냐고 묻지만 말하고 소통하는 것은 허락받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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