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타들어가도 우리 아이들만은"...불보다 더 뜨거운 母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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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한 발코니에서 얇은 벽을 부셨으면 살 수 있었는데...

 

불길이 단란한 가정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몸이 타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엄마는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껴안고 있었다.

11일 밤 9시 35분쯤 부산 북구 화명동의 A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홍모씨(33·여)와 그의 아들(9), 큰딸(8), 작은딸(1)이 모두 숨졌다.

불은 80㎡(25평)의 집 내부를 전부 태우고 4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현장을 수색한 소방관은 홍씨와 아들, 작은딸을 발코니에서 발견했다.

모두 불에 타 숨진 상태였다.

홍씨는 쪼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왼팔로 아들을, 오른팔로 작은 딸을 감싸안고 있었다.

홍씨의 등은 심하게 탄 상태였다.

홍씨가 아이들을 화마로부터 보호하려고 숨지는 순간까지 사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작은방에 있던 큰딸은 방 입구 쪽으로 머리를 향한 상태에서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조모씨(33)는 이날 저녁 6시쯤 일터로 출근해 야간근무 중 비보를 전해들었다.

조씨는 불이 나기 직전인 이날 밤 9시 15분쯤 홍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조씨는 “전화할 때만 해도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차 감식 결과 거실 천장의 형광등에서 누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홍씨의 신고 내용과 현장 상황으로 미뤄 안방에 있던 홍씨가 거실에서 불길이 치솟자 함께 있던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안방과 연결된 발코니로 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화재가 난 부산 A 아파트 발코니에는 화재가 났을 때 얇은 벽을 부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둥이 엄마 홍씨가 이런 사실만 알고 있었더라면 일가족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량칸막이'는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로 제작된 벽으로 비상대피시 발로 차는 등의 충격만 줘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시설이다.

A 아파트 관리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이웃집과 맞닿아 있는 베란다 벽에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가운데 집은 모두 두 곳에 홍씨의 집처럼 아파트 끝에 자리한 아파트는 한곳에 설치돼 있다.

1992년 7월 이후 주택법에서 고층 건물 화재시 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1996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도 경량칸막이가 설치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홍씨가 '비상칸막이'의 존재를 몰라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씨의 집은 아파트 맨 오른쪽에 있어 왼쪽 발코니에만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는데, 홍씨가 이곳에 세탁기와 빨래 건조대를 놓아둔 점을 미뤄 비상통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또 홍씨가 세탁기를 옮기려고 하거나 벽을 파괴하려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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