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원전비중을 29%2525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력 증가 수요를 감안하면 현재의 계획보다 최대 7기의 원전이 더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센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2035년까지 원전비중 29%2525까지 확대"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2013∼2035년 사이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을 국회 산업위에 보고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높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 10월 민관워킹그룹에서 권고한 22∼29% 범위에서 가장 높은 쪽으로 목표치를 잡은 것이다. 현재의 원전 비중인 26.4%보다 2.6%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목표치인 41%보다는 큰 폭으로 낮췄지만, 이런 비중을 맞추려면 추가로 원전 6∼8기를 더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 확대 정책의 뼈대는 사실상 유지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원전 최대 8기 더 건설 = 현재 가동 중이거나 정비 등이 진행 중인 원전은 23기로 설비용량은 2천71만㎾다. 또 현재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 계획이 수립된 원전은 11기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원전 비중 29%를 맞추기 위해서는 모두 40∼42기의 원전이 필요하다. 건설 계획이 수립된 원전 11기 외에도 6∼8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의 수요 전망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전 비중은 29% 수준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의 과도한 확대와 급격한 축소를 모두 지양하고 원전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전 설비 용량 배 이상 증가 = 정부는 지난 11일 서울 한전 대강당에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하루 전 발표한 계획안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해서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2035년까지 전력수요가 매년 2.5%씩 늘어난다는 수요 전망에 근거해 원전 설비용량을 43GW까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설비용량에서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있는 100만kW급 원전 43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3기로 설비용량은 21GW다. 현재 건설되고 있거나 계획이 잡힌 11기를 포함하면 2025년에는 36GW까지 확대되지만 43GW에는 크게 부족하다. 결국 2025년에서 2035년 사이에 7GW의 설비용량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00만kW급으로는 7기의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하고 가장 최근에 도입된 150만kW급으로는 최소 4기 이상 신규 건설해야 하는 셈이다.
추가 원전 부지로 유력한 곳은 작년 9월 신규 원전 예정 구역으로 고시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이 꼽히고 있다.
◈ 환경단체 중심 반대여론 거세 = 원전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방침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원전을 지향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전면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원전비리 사건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높아졌고, 겨울철 전력피크를 앞두고 원전 고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원전을 추가로 계속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무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상발전기 활용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국가 에너지 믹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원전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 여론을 듣지 않고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한 정부안은 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 공청회장서 충돌 =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에서 시민단체회원들과 회의 진행자들 사이에 고성과 구호가 난무하며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기습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바닥에 쓰러졌고, 곳곳에서 고함이 터지는 등 소란이 이어졌다.
또 시민단체 회원들은 공청회 시작 전부터 경찰과 대치하면서 현수막을 펼치려다 경찰에 제지당해 끌려가기도 했다.
◈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제기 = 원전 비중이 지난 정권에서 목표한 41%보다 12% 포인트 낮아지면서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원전 발전 단가는 ㎾h당 47.08원으로 다른 발전원인 석탄의 65.1원, LNG의 125.2원보다 훨씬 낮다.
원전 대신 다른 발전원의 비중을 높일 경우 발전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신규원전 영덕과 삼석, 지역 내 갈등도 우려 = 최근 영덕은 원전이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에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또 원전이 들어오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공청회장에도 영덕과 삼척 지역 주민들이 대거 상경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정부의 원전 추가 건설 방침에 격렬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역 내 갈등은 물론, 제 2의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