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유포한 혐의가 있는 트위터글 120여만건 가운데 상당수는 보수언론과 보수논객들의 글을 자동전송프로그램인 '봇'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퍼나른 것으로 확인됐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2차 공소장 변경을 하면서 법원에 제출했던 범죄일람표에 담긴 트위터글 121만건의 일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3~4포인트 정도 글자가 양면으로 복사된 A4 용지 8상자에 달하는 분량으로, 야당 의원들은 "월별로 나눠 분석을 하다 양이 방대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기간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차 공소장 변경 당시 야당 의원들의 분석이 트위터 글 5만 6000여건의 내용에 집중됐다면, 이날 기자회견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유포방식으로 설명이 집중됐다.
법사위 야당의원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검찰 발표대로 '트위터 피드'와 '트위트 덱'이라는 봇을 사용했다.
트위트 덱은 하나의 계정에 글을 띄우면 미리 연결해둔 유령 계정에 동시에 같은 글이 게시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국정원 직원들은 한꺼번에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을 퍼날랐다.
트위터피드는 특정 뉴스사이트나 블로그,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미리 링크를 걸어두었다가 이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전송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명 보수매체나 논객들의 글을 퍼나르는 용도였다.
주요 타깃은 ▲뉴데일리, 데일리안, 뉴스파인더, 독립신문 등 뉴스사이트 ▲트위터 이용자들의 모임인 속칭 '당' 가운데 극우성향으로 꼽히는 '코콘'과 '세이프코리아' ▲'#박근혜' 또는 '#박정희' 라는 해쉬태그 이용자들의 모임, ▲보수성향의 블로거 등이었다.
내용 가운데는 "문재인 국보법 폐지에 총대 매달라 했다"(뉴데일리. 2012년 11월 21일), "안철수 할아버지, 친일 여부 논란 갈수록 확산"(데일리안. 2012년 10월 13일) 등을 야당 의원들은 꼽았다.
야당의원들은 "앞서 검찰은 국정원이 소위 보수언론에게 기사나 칼럼을 청탁한 후 이를 다시 대량으로 유포하고 더불어 이를 관리하기 위해 언론사에 선물을 전달하는 등 체계적으로 보수언론사를 관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국정원은 직접 작성한 트윗글이 590여건, 0.4%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확대 재생산 메커니즘은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