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홍콩에서 '운 좋은 사람'이라면 가끔 '공화국 배지'가 가슴에 달린 인민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김 위원장과 닮은 남성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는 거리에서 행인들의 요청에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가끔은 슈퍼마켓에 들러 과일 같은 물건을 들어 보이며 '현지 지도'를 하기도 한다.
좋은 풍채에 양옆으로 바짝 깎아 올린 머리 모양까지 김 제1위원장을 빼닮은 이 남성은 사실 김 위원장을 흉내 내는 대역 배우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보복'이 두렵다면서 이름 공개를 꺼린 이 35세 남성은 원래 음악가였다.
이 남성의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북한에서 김 제1위원장이 최고 지도자로 등극하면서부터다.
김 제1위원장과 닮았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주변의 놀림에 시달리던 그는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 분장을 한 사진을 올렸다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아예 세계 최초의 '김정은 대역 배우'로 전직을 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한 햄버거 광고에도 출연했다.
집무실에 앉은 김 제1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에 핵무기를 날리고 햄버거를 먹는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다.
그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불행하고 불만족스러워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주장했다.
가족과 지인들도 그의 '변신'을 지지한다고 한다.
이 남성은 "친구들과 가족은 내가 사악한 독재자로 연기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실을 우습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그들은 그걸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일상생활은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는 "매일 일을 볼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야구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