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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헌화한 군함 '바랴그호'…그 파란만장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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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트페테르부르그 광장에 있는 바랴그호 추모비에 헌화하는 푸틴 대통령

 

13일 당일치기로 한국을 방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마지막 일정은 인천 상트페테르부르그 광장에 있는 바랴그호 추모비에 헌화하는 행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왜 바랴그호 추모비를 찾았을까? 역사는 110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1904년 2월 한반도와 주변 바다는 외세의 전쟁터가 돼 버렸다.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해군은 중국 뤼순(旅順)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해군 함대를 급습했다. 러시아 군함 3척이 침몰됐지만 2척은 극적으로 탈출한다.

하지만 2척의 군함은 인천 앞바다에서 14척으로 구성된 일본 함대에게 둘러싸여 협공을 당한다. 러시아 해군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해 일본군 순양함 2척을 격침시킨다. 하지만 중과부적. 사방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맞고 침몰됐고 승조원들은 항복대신 자결을 택했다.

푸틴 대통령이 인천에 있는 바랴그호 추모비를 찾은 것은 영웅적 죽음을 택한 승조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함이었겠지만 조국 러시아를 위한 헌신의 상징과도 같은 곳을 찾음으로써 오는 정치적 효과도 노렸을 것으로 보인다.

바랴그호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격침당한 바랴그호를 조사한 일본군이 배를 건져 올려 일본으로 가져가 수리해 오노(小野)로 이름을 붙인 뒤 훈련함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이 배는 다시 러시아에 인계된다. 러시아가 돈을 주고 산 것이다.

러시아 해군 소속이 된 바랴그호는 유럽 발트해 인근에서 벌어진 해전에 참가했다가 독일군에 피격을 당했고, 수리를 위해 영국 리버풀 조선소에 맡겨진다. 이 와중에 러시아 혁명이 발발해 수리비를 제대로 내지 못할 처지가 되자 영국 해군에 몰수된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배가 오래된 상태여서 1923년 독일에 고철로 판매돼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다.

1989년 구소련은 최초의 본격적인 항공모함 2척을 건조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의 이름을 바랴그로 명명했다. 인천 앞바다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은 바랴그호를 기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항모 바랴그호 건조 작업은 70%가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된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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