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계열사에 자금을 공급했다. 이 때문에 산업자본이 제2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에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를 10월 17일 만나 동양사태와 금융개혁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양그룹의 CP(기업어음) 사태가 터졌다. CP가 자금조달 통로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사업을 했다. 하지만 대출심사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재무상태가 건전해야 하고, 사업성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CP는 기업신용평가 등 일부 규제만 받고 쉽게 발행할 수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자금을 융통하는데 쉽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은행의 관리, 경영간섭을 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는데.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여신관리 대상으로 정해진 기업은 주채권은행의 관리ㆍ감독 등 경영간섭을 받는다. 이를 좋아하는 오너와 경영진이 어디 있겠는가."
최근 기업들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동양그룹만 봐도 현재현 회장이 워크아웃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양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DIP(기존 관리인 유지)제도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양에서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그룹 대부분은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 그룹들은 세勢를 확장하기 위해 증권사 등 제2금융 사업에 뛰어들었다. 금융을 영위하겠다는 사업목적도 있었겠지만 자금을 융통하겠다는 고려도 있었을 게다. 유동성 위기가 오면 제2의 동양사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떤 기업이 우려되는가.
"단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거론된다. 건설과 해운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동부그룹, 한진그룹, 두산그룹 등이 거론된다. 특히 동부와 두산은 각각 동부증권, 두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가 있어 비슷한 위험을 겪을 수 있다."
제2금융권을 보다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사ㆍ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는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금지하는 규제가 없다. 때문에 금융계열사의 사私금고화 위험성이 크다. 문제는 제2금융권에 지금의 은행처럼 소유규제(금산분리)를 도입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선은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특히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가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을 강력하게 규제하자는 취지인데, 금융 관련 범죄를 범했던 이들에게 강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 무조건 뺏자는 게 아니라 부담을 주고, 단계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동양그룹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제2금융권을 악용했을 때 경영진이 받는 처벌은 어떤가.
"LIG CP 같은 경우는 사기발행이 인정됐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각각 실형 3년과 8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현재현 회장은 CP 사기발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마 더 큰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