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교육 DVD 자료를 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내 이념대결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게 보훈처 업무”라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3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지난 대선 전후 박 처장이 한 외부강연 내용을 공개하며 지난 대선개입 여부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강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박 처장이 대선 전인 지난해 7월에 한 국제외교안보포럼 조찬강연과 대선 직후인 올해 1월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강연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동영상은 여야 간사간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아 음성 없이 상영됐다.
강 의원은 먼저 지난해 7월 강연에서 박 처장이 “금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해로 다시 한 번 단합하고 결집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세력과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남북공조를 중시한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이 말한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명백한데 지난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대선개입을 했느냐 안했느냐”고 따졌고 박 처장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교육한 것이다. 대선개입은 하지 않았고 특정후보를 지지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강 의원은 그러자 “지난해 1년 동안 수고했고 그 성과가 지대했다. 뜻하는 바를 작년에 이뤘다. 제가 보훈처가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대응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다”는 올해 1월 박 처장의 강연 동영상 내용을 들이댔다.
강 의원이 이어 “보훈처가 이념대결의 장이냐, 이념대결을 하는 조직이냐”고 묻자 박 처장은 “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처장은 특히, 강 의원이 ‘오늘 동영상에서 보듯 실질적인 선거개입을 하고도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하자 ”제가 거짓말하는지 강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국내 이념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갖고 있는 보훈처장이 할 말이냐, 이 말을 어떻게 용납하나”라며 “보훈처장은 지난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위증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서 의원들과의 질의와 답변 과정에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 회의가 정회되자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박 처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의원의 질의에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간단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전달하라”면서 “국감장이 선거유세장도 아니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 답변을 하면 곤란하다”고 주의를 줬다.
조원진 의원도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데 우리가 헛바지냐”라며 “기관 증인이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야지 국민이 잘잘못을 판단할 거라고 넘기느냐, 우리를 다 빼고 혼자서 얘기하고 나가서 국민에게 호소하라”고 질타했다.
정무위 국정감사는 박 처장의 발언에 대한 처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시 중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