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28일 자신의 은퇴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카밀로에게서 공을 건네받고 있다. 카밀로는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존경의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사진=MLS 밴쿠버 구단 페이스북)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36)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비록 고국에서 은퇴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지난 2년동안 이영표와 함께 했던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배려와 예우로 '초롱이'의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빛냈다.
이영표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은퇴경기를 마친 뒤 '메트로뉴스 캐나다'를 비롯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은퇴했지만 너무나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영표는 "훌륭한 팀과 좋은 동료들 곁에서 은퇴할 수 있었다. 고맙다라는 말 외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특히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밴쿠버에서 머물렀던 지난 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는 이날 은퇴경기를 갖는 이영표를 위해 최상의 배려를 했다. 제이 데메리트는 주장 완장을 이영표에게 양보했고 카밀로는 첫 골을 넣은 뒤 이영표에게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감동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영표는 "나는 오늘 주장이었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 '이미테이션' 주장이었다"고 웃으며 "정말 고마웠다. 모두 나의 마지막 경기를 배려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틴 레니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이영표를 교체했다. 스포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화로 이영표가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도록 무대를 꾸며준 것이다. 이영표는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걸어나왔다.
그 장면을 지켜본 레니 감독은 "어떤 말로 그 순간을 표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이영표를 "환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 레니 감독은 "그는 지난 2년동안 우리 팀의 발전을 위해 크게 공헌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영표는 밴쿠버에 남아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할 예정이다.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는 누구?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이영표는 안양공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뛰었던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왼쪽 윙백을 맡아 맹활약을 펼쳐 4강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터진 박지성의 골과 한국을 8강으로 이끈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일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입단, 유럽 무대를 밟았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을 거쳐 2011년 12월 MLS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