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주중한국대사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과 권영세 주중대사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7∼8월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당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불발된 뒤 피감기관장으로 권대사를 만난 민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권대사는 이번 국정감사가 대사관 소관 사항에 관한 것이니만큼 주중대사로서 개인적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회의 초반 부터 분위기는 격앙됐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NLL 대화록 공개와 헌법을 파괴한 국가정보기관이나 군의 노골적 대선 개입 사안에 권 대사가 핵심인물로 거론되고 있어 그 관련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주중대사로서의 업무수행에 중요하다"며 "대화록을 비상상황에서 까느냐 마느냐 등의 말을 한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권 대사는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과 관련해 "그 점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불법적으로 얻어진 자료를 조작해가면서 저를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과 국방부의 대선개입 논란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 문제는 현재 수사중이며 실제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이 자리에서 얘기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내치와 외치가 구분될 수 없으니 국기문란 논란의 한 중심에 있는 권 대사에게 관련 질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피감기관이 국정감사의 대상과 범위를 정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반장인 유인태 의원도 "개인의 도덕성 등은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다. 질의권을 존중해주기 바란다"며 원 의원의 편을 들었다.
지난 6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 대사와 한 월간지 기자의 대화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대선 9일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뤄진 이 대화에서 권 대사는 "우리가 집권하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NLL 대화내용을 까겠다"며 회의록 공개를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검토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권 대사는 `불법으로 취득한 녹음파일'을 조작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오후에 계속된 국감에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다시 권 대사에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통화한 적 있는지 등을 질문하며 포문을 열었으나 권 대사는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권 대사의 답변 태도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면서 국감은 한차례 정회하는 소동을 빚었고, 이후 속개된 국감에서 권 대사는 답변 과정의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개인적으로 이미 무고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관련 사건이 수사중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