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범' 손예진 "설자리 좁은 여배우…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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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릴러 도전 극단의 감정 오가는 역 소화…"결혼해도 나이들어도 배우는 멋진 직업"

사진=이명진 기자

 

한 해에 영화 한 편꼴로 관객과 만나 온 손예진(31)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티켓 파워를 가진 여배우로 꼽힌다.
 
24일 개봉하는 스릴러 '공범'에서도 아버지를 아동유괴살해범으로 의심하는 기자지망생 다은 역을 맡아 극의 중심축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 그녀다.
 
사실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다. 올해만 봐도 한두 명 빼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여배우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작품을 들고 온 손예진의 고민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이를 두고 "외로운 싸움"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남자 배우들이 활약하는 작품을 재밌게 보면서도 여성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하나의 작은 역할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감정을 깊이 보여 줄 수 있는 가족, 엄마 이야기처럼요. 제 경우 여배우 중에서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도 남자 배우들에는 크게 못 미치죠. 관객들도 여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를 원하실 거라 믿어요."
 
관객들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면모를 가다듬는 데도 큰 몫을 했단다.
 
"예전에는 영화 흥행이라는 결과물이 제 일 밖이라고 여겼어요. 연기에만 매몰됐던 셈이죠. 지금은 손예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느끼다 보니 영화 알리기는 물론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책임감도 커지더라구요. 결혼해도, 나이 들어도 이만큼 멋진 직업은 없을 테니까요. (웃음)"

-공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시나리오 때부터 제목이 공범이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무겁다는 생각도 했지만, 촬영을 하면서 이 영화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제목이라는 데 동의했다."

-데뷔 이래 첫 스릴러에 도전했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인물을 집중적으로 본다.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캐릭터에 공감이 간다면 어떤 장르도 할 수 있다. 공범은 캐릭터와 설정, 이야기가 가진 힘이 강했다. 극중 아빠 순만(김갑수)과 만들어내는 감정선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여타 스릴러와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사진=이명진 기자

 

-극중 다은 역을 어떻게 이해했나.

"다은은 자신을 힘들게 키운 홀아버지 순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빠는 곧 친구요, 애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빠를 위한 것이다. 기자 지망생이기에 호기심도 많고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중요한 것은 다은의 시점이 곧 관객의 시점이라는 데 있다. 관객들이 다은의 감정선을 어렵지 않게 따라올 수 있도록 무엇보다 애쓴 이유다."

-극단의 감정들을 오가는 역이 버겁지는 않았나.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힘들었던 점이 '내 정신이 피폐해질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촬영 초반에는 정말 그랬다.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다은은 세상 모든 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때 나 역시 매사에 의욕이 업고 부정적이 되더라. 그래서일까. 철석같이 믿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을 때 기분, 영화 공범에는 그런 감정이 진하게 녹아 있다."

-신예 국동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공범은 배우들의 감정선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점에서 감독이 배우와 얼마나 소통을 잘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국 감독님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예진 씨가 잘 표현해 줄 것 같았다'고 말했는데 진솔하게 다가오더라. 사탕발림이나 명확한 논리를 갖다댔다면 아마 의심했을 것이다. 감독님이 보여 주고 싶은 것들과 배우들이 가졌던 감정들의 접점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공범은 배우 손예진에게 어떤 작품인가.

"또 다른 시작. 그만큼 감정적으로 나와의 싸움이 치열했다. 이 작품을 어릴 때가 아닌 지금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공 없이는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릴 때 만났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열정만 가득해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을 듯하다."

-어느덧 30대 대표 여배우가 됐다.

"20대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는데, 이제는 빨리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웃음)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 주인공으로 빛날 수 있는 역할을 맡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배우들이 결혼하면 역할도 한정적이게 되지 않나. 그래도 작품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 계획, 이상형은.

"34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이 공약처럼 됐다. (웃음) 종종 결혼을 하면 어떤 사람이랑 해야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드니까 상대의 성격을 보게 되더라. 헤어지자고 했는데 진짜 헤어지자는 말로 받아들이는 남자는 별로다. (웃음) 여자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 결국 소통의 문제다. 대화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노출 연기에 있어서는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선택의 문제가 있다. 용감하고 멋진 일이지만, 여러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그 동안 해 온 작품들에서 작은 노출들이 있었는데, 이후에 돌아오는, 한쪽으로 몰아가는 자극적인 말들이 상처가 되더라. 용감해지기가 쉽지 않다. 좋은 작품이더라도 노출 연기라면 더 고민해 볼 것이다. 해외 활동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무섭다. (웃음) 낯선 환경을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일정 조율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더라."

-토크쇼에 안 나가기로도 유명하다.

"1대 1 대화에는 강한데 여럿이 나가는 토크쇼에는 약하다. 재밌어야 한다는 강박도 그렇지만, 배우로서 너무 사적인 것들이 나가면 좋을 것이 없을 듯도 하다. 반전 매력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나이가 더 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더 편해질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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