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저제나 기다려 보지만 하 세월입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와 사기로 했지만 들어가 살집인데 세금을 많이 내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요” “계속 저렇게 싸움만 하니 언제 법안이 통과되겠어요”
이 모씨(50대 女,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는 정쟁의 늪에 빠져 법안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국회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것이 새정부들어 4.1, 8.28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양도세와 취득세가 내릴 것으로 판단해 지난 9월중순쯤 아파트계약을 하고보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주택 취득세 영구인하’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아파트 잔금을 치르고도 한동안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국회의 법 통과를 기다렸다. 당연히 세제혜택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장외투쟁에 국정감사에 법안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행여나 소유권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가 불거질까 서둘러 등기를 하고 말았다.
이씨는 “구입한 아파트에 복잡하게 저당이 잡혀 수억원의 대출이 이뤄진 집이라 어떤 권리문제가 생길 지 몰라 사실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유 모씨는(40대 男, 양천구 목동) 9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달포전부터 집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집 주인이 이사를 들어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쉽사리 전세 아파트가 나오지를 않았다.
이 무렵부터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면서 목동의 20평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최고 2억7천만원~3억3천만원 까지 뛰어 부담이 컸던 것도 그렇지만 아예 물량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집을 찾다 못한 유씨는 전세보증금 1억원을 더 얹어줄 바에야 차라리 집을 사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파트를 매입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없는 돈에 대출까지 해서 아파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1천만원이 넘는 취득세는 큰 부담이었다.
연말쯤 법이 통과되면 세금이라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유씨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취득세 폐지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언제 처리될 지 알수 없을 뿐아니라 유씨 처럼 기다리던 사람을 위해 시행이 소급될 지도 미지수다.
‘주택거래 빙하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는 뚝 끊겼지만 정부가 나서 잇따라 대책을 내놓자 8.28을 기점으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국회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격이다.
K공인(강남구 개포동)관계자는 “지난 9월, 10월초까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잔금 치를 날짜를 뒤로 미루는 분들이 더러 있었고 기다리다 못해 내년으로 미룬 분들도 많다”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양천구 목동의 M공인 대표는 “일부 아파트 매수자들은 아파트를 사놓고 하루에 한번씩 등기부를 열람하는데 주로 세금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포기하고 법의 시행을 소급 적용해주기 만이라도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사정의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라도 수도권 거주 아파트나 주택 실수요자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을 안고 있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전세로 갈아타기도 어렵고 집을 사자니 세금문제가 눈에 뻔히 보이는 난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여야가 정기국회 회기내에 양도세와 취득세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의소급적용에 대해서는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인 만큼 국회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줄 지 알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회가 시민들의 민원을 감안, 법에 단서조항을 달아 소급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는 있다. 부동산업계와 주택 수요자들의 시선은 온통 국회로 집중되고 있다.
한편, 다주택자는 올해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6~38%의 세율로 과세되지만 법안처리가 무산될 경우 내년부터는 양도차익에 대해 2주택자는 50%, 3주택 이상자는 60%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현행 취득세는 거래가 9억원을 기준으로 2~4%지만 법안이 처리되면 6억 원 이하 1%, 6억~9억 2%, 9억 원 초과 3%로 경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