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 가까운 곗돈을 들고 튄 악덕 계주가 잠적 3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동네 주민 수십 명으로부터 9억 9000만 원의 곗돈을 챙겨 도주한 혐의로 권모(69·여) 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주부 김모(60·여) 씨 등 이웃 40명을 상대로 곗돈 1000만 원인 7개의 계를 운영했다.
권 씨가 운영한 계는 계좌당 26명이 가입, 매월 40만 원씩 26개월을 내는 방식이다. 대신 곗돈을 탄 계원은 다음 달부터 10만 원 올린 50만 원씩 내면 된다. 10만 원은 미리 곗돈을 당겨 쓴 것에 대한 이자인 셈이다.
권 씨는 "첫 번째 계원이 1000만 원을 받는 대신 두 번째 계원부터는 매월 각 10만 원씩 더해 지급해 주겠다며 주민들을 끌어들였다.
40만 원씩 2년 2개월만 꾸준히 납부하면 최대 250만 원의 이자를 받는 셈이어서 주민들은 권 씨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게다가 권 씨는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1993년부터 속칭 새마을계를 운영해오던 계주로, 주민들은 권 씨가 오랫동안 문제없이 계를 관리해온 점을 믿어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 씨는 이런 점을 악용해 7개의 계로 매월 40~280만 원씩 모두 9억 1000만 원의 곗돈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또 계 운영이 어려워지자 주민 6명으로부터 돈을 빌려주면 매월 2푼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차용금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받아 챙긴 뒤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권 씨는 일부 계원들이 곗돈을 받고 잠적하는 바람에 계 운영이 어려워져 대출도 받고 사채도 쓰다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권 씨는 지난 2010년 4월 계를 파기하고 달아나 강원도 원주에서 은신하다 3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권 씨의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