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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임인덕 목사' 별세...40여년간 한국에서 민주화운동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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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40여 년을 살면서 출판, 영화 보급 등을 통해 선교 활동을 벌인 독일인 임인덕(독일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가 별세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따르면 임 신부는 전날 새벽(한국 시각)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지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8세.

임 신부는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1955년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입회한 뒤 1961년 종신서원을 하고 뮌헨대학교에서 종교심리학을 공부했다.

1965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 왜관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됐다.

성주성당과 점촌성당 주임신부를 거쳐 1972년부터 왜관수도원의 분도출판사 사장에 부임해 20여년간 운영을 맡아왔다.

임 신부는 출판뿐 아니라 영화를 비롯한 시청각 이미지를 사목활동에 많이 활용했다.

한국사회의 현실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민주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계절의 사나이', '나사렛 예수', '찰리 채플린' 등 16㎜ 필름을 한국어로 더빙해 대학가와 전국 본당의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영사기를 돌렸다.

'십계'와 '거울', '잠입자', '침묵' 등 총 60여 종의 비디오물도 번역해 보급했다.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한 골반 파열로 네 차례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활동을 계속했다.

임 신부의 주변에는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1982년 사진작가 최민식을 지원해 빈민층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펴내자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전화를 걸어 와 "너무 어둡게 나왔다. 많이 잘라내든 불태우든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임 신부가 "그렇죠? 좀 어둡게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다시 인쇄를 할 참이었습니다"라고 응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두 칸짜리 오두막에 살았던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초가집이 있던 마을', '몽실언니' 등도 분도출판사에서 냈다.

김지하의 '검은 산 하얀방', '밥', 이해인 수녀의 시집도 출간했다.

임 신부는 특히 '현실에 도전하는 성서'(1973), '브라질의 마틴 루터 킹', 헬더 카마라 대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1973),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1977) 등을 출간하면서 정권의 미움을 샀다.

임 신부는 건강이 악화되자 2년 전 46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로 돌아가 치료를 받아왔다.

왜관수도원은 14일 아침 장례미사를 가진 데 이어 오는 31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임 신부의 지인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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