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이 말세라지만, 죽은 어머니 시신을 버리고 가다니요··”
10일 오전 대전 모 병원 장례식장.
이 장례식장 안치실에는 지난 5월, 이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둔 A(68) 여인의 시신이 5개월째 차디 찬 냉동고에서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다.
두 아들과 딸 등 삼남매의 배웅 속에 장례식까지 치른 A 여인.
하지만 장례를 마치는 발인 당일, 이들 삼남매가 조문객들이 낸 부의금과 함께 홀연 종적을 감추면서 A 여인의 시신은 아무도 책임져주는 사람 없이 장례식장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장례식장 측은 수차례 삼남매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매정하게도 삼남매는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A 여인은 냉동고에서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자취를 감춘 삼남매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병원비와 장례비를 받지 못한 장례식장은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딸 B(41·여) 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
경찰과 장례식장 측은 이들이 병원비와 장례식장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함께 도망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장례식장 측에 따르면 A 여인의 자식들이 사라지기전까지 A 여인의 병원비와 장례식장 비용은 모두 1500만 원 상당.
여기에 5개월 간 냉동고에 보관된 안치료 700만 원 상당까지 합치면 2000여만 원의 비용이 밀려있다.
삼남매가 돈 때문에 어머니의 시신을 냉동고에 5개월째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병원비와 장례식장 비용이 없다고 미리 통보라도 했더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엄연히 보호자가 있는 시신이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있는데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이들에게 수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낸 상태지만, 이들은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나마 전화통화가 되는 아들은 누나가 모든 돈을 챙겨서 도망갔다며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며 “돈을 떠나서 키워준 어머니를 어찌 저렇게 차가운 냉동고 안에 5개월 간 그냥 둘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남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 A 여인의 시신은 사체포기각서를 통해 화장된 뒤 무연고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어머니가 죽어서도 혼자가 되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