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발생한 태풍이 모두 우리나라를 비껴 간 가운데 10월 들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첫 태풍 '다나스(DANAS)'가 찾아왔다.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온 '10월 태풍'이다.
7일 현재 북상 중인 제24호 태풍 다나스는 일반적으로 태풍이 집중되는 시기인 8∼9월이 아닌 10월에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측이 시작된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9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335개 가운데 10월에 온 태풍은 8개에 불과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1985년, 1994년, 1998년 세 번 뿐이었다. 올해 이처럼 이례적인 10월 태풍이 발생한 이유는 태풍이 발생한 서태평양 지역의 수온이 높고 일본으로 밀려난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 '태풍 발생 조건'…10월에도 따뜻한 서태평양
보통 바닷물이 26.5도 이상이면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서태평양 등 태풍 발생 수역의 해수면 온도는 여름 내내 높아지다가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최고치에 이른다. 바다는 육지보다 천천히 식기 때문에 9월까지 오른 해수 온도는 10월에도 여전히 따뜻하게 유지된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23호 태풍 피토(FITOW)나 지난 4일 발생한 24호 태풍 다나스도 고온의 바다가 내뿜는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발달했다.
특히 24호 태풍 다나스의 경우 수온이 28도까지 오른 일본 오키나와 해역을 지나면서 크기는 중형, 초속 45m에 강풍반경 350㎞인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성장했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태풍은 차가운 물을 지나면 세력을 잃지만 따뜻한 물에서는 에너지를 얻어 힘을 키운다"며 "최근 들어 서태평양 지역에서 높은 수온을 유지한 것이 다나스의 발생과 성장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 상층기압골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 '태풍의 길' 북태평양 고기압은 8월 중순부터 서서히 우리나라에서 물러나기 시작해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는 일본 쪽으로 수축하면서 그 가장자리에 한반도가 걸치게 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의 특성상 이 고기압이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10월에는 태풍이 일본 남쪽 해상으로 지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 내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강하게 발달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오지 못하고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향했다.
다나스는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반도 북쪽에 있는 상층기압골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내면서 일본 동쪽으로 다소 수축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태풍이 올라올 수 있는 길목이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발생한 23호 피토는 우리나라 부근에서 일시적으로 확장한 고기압이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내면서 중국으로 진로를 잡았다.
김지영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연구관은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의 길목이 생겼기 때문에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진로는 거의 확실하지만 아직 발달 단계이기 때문에 태풍의 강도는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