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주요당직자들이 연일 문재인 의원의 공격하면서 '정계은퇴' 요구까지 주장하는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NLL 대화록, 왜 문재인 의원 책임론 확산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정치권에서 NLL 대화록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뭘 책임지라는 것이냐?= NLL 대화록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이 져야할 책임을 따지자면 일단 법률적인 책임과 정치적인 책임 그리고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
또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문재인 의원의 책임이 다르고 민주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책임의 내용이 다르다.
먼저 법률적인 책임은 현재로서는 문재인 의원이 져야할 구체적인 법률적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된 것이 없다.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거론되는 '문재인 책임론'은 대부분 정치적 책임을 말하는 것이고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치적인 책임은 어떤 것이냐?= 정치적인 책임은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책임이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책임이 있으며 실제로 문재인 의원이 져야할 책임이 있다.
문재인 의원은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정상회담 대화록 작성이나 국가기록원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는 일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이거나 관련돼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원본 공개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이에대한 책임도 있다.
먼저 새누리당에서는 연일 주요 당직자 대부분이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집중포격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왜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는데 막상 검찰수사결과 기록원에는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이에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회의에서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관엔 왜 없는지 밝혀야 한다. 또 사초 폐기에 관여한 인사는 역사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초 폐기가 드러나자 정치생명까지 걸겠다고 했던 문 의원은 일언반구도 없다"면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문 의원은 왜 대화록을 봉하마을로 불법유출을 강행했는지 답해야 한다"면서 "문 의원은 '적절한 사람이 적절하게 밝힐 것'이라고 하는데 후안무치의 극치다. 정치적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론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가기록물이 정부의 공적관리체계에서는 이관되지 않고 사적공간(봉하마을 이지원)에 감춰졌으니 이것이야 말로 사초 폐기에 이은 사초 절취"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화록' 열람위원인 황진하, 심윤조, 김진태, 조명철 의원은 2일 "검찰은 사초를 없앤 범죄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서 모든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사초 삭제에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역사적,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대변인들도 일제히 논평을 통해 문재인 의원 책임론을 거론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대화록 열람을 주장하며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경위를 설명하고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사초실종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에 입장을 밝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근거로 했다기 보다는 제기되는 의문과 관련해 책임을 지라는 정치적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 (자료사진)
▶ 다른 '정치적 책임'은 뭐냐?=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의 책임이 분명히 크다. 그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차적 책임은 문재인 의원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점에 대한 책임이다.
문 의원은 지난 6월 21일 긴급성명을 통해 "저는 이제 10․4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것을 제의"했다. 문 의원은 "누차 강조했듯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며,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테이프 등 녹취자료 뿐 아니라 NLL에 관한 준비회의 회의록 등 회담 전의 준비 자료와 회담 이후의 각종 보고 자료까지 함께 공개한다면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문재인 의원이 긴급성명을 발표한 건 국가정보원이 6월 20일 '대화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다음날로 급박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이어 6월 30일에는 "새누리당에 제안합니다"라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국가기록원에 있는 기록을 열람해서 NLL 포기 논란을 둘러싼 국론분열을 끝냅시다."면서 "기록 열람 결과, 만약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의 문재인 의원의 입장은 확고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대화록이 공개되면 국정원에서 공개한 대화록의 '편집(일부 내용이 왜곡되거나 짜집기 된)'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믿게 했다.
그렇지만 여·야 대화록 열람위원들의 열람결과 정상회담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자 7월 23일 블로거에 올린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합니다'라는 글에서 "새누리당은 국정원에서 공개한 대화록이 진본이라는 입장이었으니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사실판단에 어려움이 있을리 없습니다"라면서 "물론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으로 NLL포기가 아님이 더 분명해 질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로선 아쉬움이 있지만 대화록이 없더라도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 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NLL 대화록 공개를 주장하던 것과는 다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의원은 이에대한 사과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문재인 의원의 발표내용 대로라면 국가기록원 원본과 국정원 공개본은 내용에서 차이가 나야한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없고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지도 않았다. 문 의원이 무언가 착각을 했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의 작성이나 기록원으로 이관하는 과정을 잘 모르는 것이냐?= 그렇게 보인다.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의 핵심은 이 부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자면 대화록 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는 문서에 정상회담 대화록이 포함됐는지 아니면 국정원에만 남기도록 한 것인지 여부를 확실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이 긴급성명이나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보면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원본과 국정원에서 공개한 대화록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문 의원 본인의 '확신'으로 인해 민주당은 당론으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결정했고
국회에서도 2/3가 넘는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대화록 공개를 결정했다.
따라서 문재인 의원의 대화록 공개 주장은 성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본적으로 대화록 작성에 관여한 김만복 전 국정원과 조명균 비서관 그리고 기록원의 이지원을 개발한 담당자 등 당시 관련자들로부터 구체적인 과정을 파악한 뒤 이를 요구하거나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 의원이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국정원본과 국가기록원 보관본이 차이가 난다고 주장을 할거면 당시의 관련자들과 회의도 하고 확인을 해서 구체적인 절차와 과정을 파악한 뒤에 했어야 한다"며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 의원의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서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지난 4일 언론인터뷰에서 "당이 굉장히 어려워졌고 어떻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사실 같은 것들을 규명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일정한 자기 의사표시가 있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사표시의 내용'에 대해선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갖고 있었는지, 그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갖고 계셨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또한 당에 대해선 역시 (대화록) 공개를 주장함으로써 당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 것에 대해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냐?= 정치적인 책임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문 의원이 본인이 언급했던 정계은퇴도 있을 수 있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불출마하겠다는 선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책임은 법률적 책임과는 달리 정치인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상회담 대화록이 왜 국가기록원에 없는지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문재인 의원의 책임이 무엇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편의를 위해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하고 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도록 지시했는지 봉하마을 이지원 사본에는 있는데 원본에서는 왜 발견되지 않는지 이런 의문들이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면전환용으로 문재인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대통령선거에서 48%의 지지를 받은 유력한 정치인을 일회용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이나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앞서 설명한 대로 문재인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이나 국가기록물 문제에 있어서 제3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과정이나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대화록 공개를 주장해서 논란을 확산시켰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할 것이다.
▶ 대화록 공개를 주장할 당시에는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문재인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얘기들을 했다. 대화록 공개에 찬성했다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시 상황에서는 대화록 공개를 요구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화록 작성이나 대통령 기록물의 국가기록원 이관 과정을 잘모르는 의원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문재인 의원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755만건이나 되는
대통령 기록물을 비서실장이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었을 것이지만 최소한 정상회담대화록이 논란이 된 뒤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했어야 했다.
문 의원은 국민들에게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왜 국가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는지 그 과정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몰랐다면 최소한 당시 관련자들로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알릴 의무가 있다.
문재인 의원이 새누리당이나 국정원이 파논 함정에 빠진 측면이 있지만 제3자가 아닌 당사자라는 점에서 분명하게 사과하고 설명을 해야 한다.
(관련기사 [Why뉴스]"문재인 의원은 왜 함정에 빠졌나?" 2013.07.25)▶ 궁금한건 새누리당이나 청와대에서는 '사초실종'이라고 하는데 실종이 맞냐?
= '실종'이라고 말하려면 정상회담 대화록이 아예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실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2007년 남북성상회담 대화록은 분명이 존재한다. 국가정보원에도 있고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인 이지원(봉하마을 사본)에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초실종'이라는 용어는 정치적인 공세를 위한 용어이지 사실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성회담 대화록을 국가정보원에 남겨서 후임 대통령이 참고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사초 실종'이니 '대화록 삭제'니 이런걸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실관계와는 다른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다른 문건들은 모두 기록물로 남기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아예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대화록은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봉하마을로 가져간 이지원 사본에는 존재하는 정상회담 대화록이 왜 국가기록원에는 없는지 그 경위를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NLL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금도 NLL은 유지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를 위해서 NLL문제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이지 NLL을 폐기해서 서해5도를 북한에 양도한다거나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2007년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 (자료사진)
▶ 새누리당에서는 음성파일을 공개하자고 하는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의도적으로 삭제·수정됐다고 주장해온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보관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화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봉하 이지원'에 (등재됐다가) 삭제된 대화록과 발견된 대화록(수정본)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야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도 음원파일 공개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여야 열람위원 각 2명이 가서 비공개로 열람하는 것이 어떤가 한다"며 "정보위 여야 의원들끼리 합의가 된다면 언제라도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에 요구하고, 국정원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더 나아가 음원파일을 일반에 전면 공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일단 정보위 차원에서 공개하고, (지난번 국정원 대화록 공개 때처럼) 야당이 또 조작됐다고 나오면 국민들한테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하는 데 있어서 절차상의 어려움이나 좋지 못한 외교 전례를 남기는 등 부작용을 모르지 않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상황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공개하고 마무리짓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여당 정보위원들은 대부분 서상기 위원장과 같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화록 열람위원단 야당 간사인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음원파일까지 열람하자는 것은 정상회담 내용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겠다는 비정상적 주장이다. 음원 공개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음원까지 깐다면 3류 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당리당략에 집착하지 말고, 국가의 품격과 국익을 생각해 엔엘엘을 이용한 정치적 공세를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의혹을 밝히기 위한것이라기 보다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어 보인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정치지도자들이다. 음성파일을 공개하자는 건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을 파악하자는 쪽이기 보다는 직설적인 말투나 지엽적인 발언내용을 문제삼을 것이다.
정상회담간 대화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외교관례가 그렇지만 일단 불을 끄자고 말했는데 음성파일이 공개되면 불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건 정말로 명약관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런데 검찰이 왜 대화록과 관련해서 갑자기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냐?= 국회에서 대화록 관련해서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했는데 대화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수사에서 봉화마을 이지원 사본에서 대화록이 발견됐으니까 이를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니까 검찰이 공개하는 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주목해 봐야할 문제가 있다.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국가정보원이 주도했다.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하고 다시 대화록 원본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정치 전면에 나서서 대화록 문제 NLL 문제를 계속 거론해왔다.
그런데 이번 검찰의 대화록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검찰이 정치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검찰이 모호한 설명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만 아직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흘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쟁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진영장관 사퇴파동과 기초연금제 공약축소 논란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린 시점에서 대화록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대화록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각되니까 기초연금제를 둘러싼 논란이나 진영 장관의 사퇴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논란은 주요뉴스에서 사라졌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논란이 제기됐을 때 '찍어내기 의혹'과 함께 앞으로 청와대가
검찰을 직영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