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부산영화제] 임권택 102번째 영화는 김훈 소설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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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주연 영화화 발표…아내 병수발하며 부하직원 떠올리는 중년남자의 이중적 삶

4일 오후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영화 '화장' 제작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임권택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진 기자

 

작가 김훈의 소설 '화장'이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로 만들어진다. 화장은 죽음을 앞둔 아내의 시들어가는 생명력과 젊은 직장 후배의 활짝 핀 생명력 사이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한 중년 남자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4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에서는 임권택 감독과 작가 김훈, 배우 안성기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화장'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화장품 대기업 중역인 50대 중반의 오상무(안성기)는 아내가 4년의 암 투병 끝에 사망하기까지 남편으로서 헌신적으로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병수발과 고단한 회사 일에 치일 때면 종종 부하직원 추은주의 벗은 몸과 그녀와의 섹스를 상상해 왔다.
 
오상무와 추은주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던 어느 날 아내는 발작을 일으킨 뒤 끝내 숨을 거두고, 오상무는 아내가 자신과 추은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날 발표회에서 임권택 감독은 "평소 김훈 선생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읽고는 했는데, 선생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매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소설의 박진감, 심리적 묘사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여자를 향한 남자 주인공의 마음 속 상을 잘 따라가면서 영상으로 담아낼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해 온 영화와는 또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상무 역을 맡은 안성기는 "화장은 임 감독님과 함께하는 일곱 번째 작품으로 1981년 영화 '만다라' 때부터 함께한 영화 현장은 늘 행복한 느낌을 줬던 만큼 이번에 102번째 작품에 참여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소설 화장은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을 때 봤는데, 영화화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인공 나이도 저와 비슷하니 맡았으면 했는데 현실화되니 벅차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배우 안성기, 임권택 감독, 작가 김훈. 사진=이명진 기자

 

원작자 김훈은 "소설을 쓰면서 두 가지를 목표로 생각했는데, 젊은 여자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묘사하자는 것, 인간의 생로병사가 한 순간 한 덩어리로 전개되는 삶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것이었다"며 "화장은 드러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소설인 만큼 영화는 이러한 것들을 눈에 보이게끔 삶의 전면으로 끌어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주인공 오상무는 세속적인 일상성에 찌들어 아주 타락했지만 회사에서는 그것을 유능함으로 인정받는, 매일 매일 썪으면서 타락하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인간"이라며 "오상무는 추은주라는 여자의 아름다운 생명력을 원하는 미적인 열망이 있지만, 소설 속에서는 둘의 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는 탓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면 알수록 오상무는 불행해진다"고 덧붙였다.
 
영화 화장은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다. 102라는 숫자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임 감독은 "제 생각에 영화라는 것은 나이만큼, 세월이 쌓이는 만큼 영상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102라는 숫자는 그만큼 쌓인 삶을 말해 주고 있다"며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이 젊은 시절 순발력, 패기에는 미치지 못해도 세상 사람들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깊은 문화의 뿌리를 바탕으로 삶을 드러내는 작품이 아니고, 현대인으로 살면서 도리 없이 우러나는 감정, 마음의 결을 찍어내는 것인 만큼 기존에 해 왔던 영화와는 면모와 형식이 많이 다를 것으로 본다"며 "문화라는 것은 옛날이든 현재든 사람이 살면서 이뤄내는 것으로 꼭 판소리, 한지 등이 아니어도 한국 사람들의 현재 일상을 영화로 담아내는 것도 한국인의 삶이기에 어차피 한국 문화가 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제작발표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세계 영화제에 많이 다녔지만 102번째 제작보고회를 한다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대사건"이라며 "틀림없이 칸영화제에 갈 것으로 보는데, 임 감독이 내년 5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고 이 자리에서 영화팬들에게 보고하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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