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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노숙하며 "유언이다"…목숨 건 밀양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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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부북면 127번 송전탑 현장. 주민들이 '무덤'으로 부르는 구덩이 안에서 경찰의 진입을 대비하고 있다. 주민들 목에는 밧줄이 감겨 있고, 기름통을 들고 다니는 주민도 있다.

주민들은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마지막 모습이 될 수 있으니 잘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 어르신도 언론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유언'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밀양 주민들이 공사중단을 위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부북면 위양리 126번 송전탑 현장 인근에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김영자(57·여), 성은희(52·여)씨 등 3명이 단식은 들어간 상태다.

김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성씨 등 2명은 1일부터 각각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이후 이들은 음식물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급기야 나흘째 단식을 하던 김씨는 호흡곤란으로 탈진해 3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음식물 섭취를 끊은 상태에서 심한 몸싸움과 노숙까지 하면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또, 상동면 금오마을 박정규(52) 이장도 상동역 앞에 천막을 치고 2일 오전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박씨는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한전은 공사를 중단하고 경찰은 공권력을 당장 철수하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도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상임대표인 조성제 신부와 동화전 마을 대표인 김정회 씨 부부가 2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 송전탑 공사 저지를 위해 밤샘 농성이 계속되면서 노숙을 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2일 밤에는 열명에서 많게는 30명씩 모두 130여명의 주민들이 밤을 새워가며 공사 현장을 지켰다.

깊은 산속에 있는 송전탑 건설현장은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텐트도 없이 침낭이나 이불에만 의지해 밤을 지새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126번 송전탑 현장에선 주민 25명이 진입로에서 경찰과 대치중인데 음식물 등도 투입이 안 되고, 경찰에 텐트를 빼앗긴 상황에서 불까지 피우지 못해 어렵게 농성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날이 추워 텐트를 치려는데 경찰이 못 하게 해 그냥 땅바닥에서 돗자리를 깔고 노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찰과 한전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구급대와 구호물품을 현장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로부터 긴급 구제 요청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도 조사관들을 송전탑 공사 현장에 보내 인권 침해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고령인 주민들이 건강은 커녕 목숨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시려 한다"며 "사실 너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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