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는 병 같으면 아 저사람 어디가 아프구나 할텐데…. MRI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고 하시니까요. 나는 이렇게 아파서 너무 힘든데…. 그냥 허리를 좀 잘라달라고, 허리를 자를 수 없으면 다리라도 잘라달라고 했어요.”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살인적 약값, 0%에 가까운 완치율인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진호 씨에게 찾아왔다.
◈ 그 누구보다 건강했었는데...
환자 절반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 동반되는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가벼운 허리통증으로만 생각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갑자기 알게 된 이 질병은 2년 째 오진호 씨를 괴롭히고 있다.
한 때는 레슬링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밀검사를 해보아도 보이지 않는 통증은 원인을 몰라서 더 답답하기만 하다.
“다들 정신병이 아니냐고 하는 얘기까지 있었어요. 정신과 상담도 받았었고요….”
옆에서 돌보아주는 가족도 없이, 간병인도 없이 2년 넘게 병실에서 외롭게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오진호 씨. 하루하루를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데….
◈ 두 살 쌍둥이 딸의 아빠사실 오진호 씨는 얼마 전 태어난 쌍둥이 두 딸의 아빠다.
아내의 출산 한 달을 앞두고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이 발병했는데 손가락, 발가락 한 개도 움직일 수 없어 아내의 기쁜 출산소식에도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 후로 아이들이 2살이 될 때까지 집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오진호씨.
좀처럼 병세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항상 생각나요. 맛있는 거 보면 생각나고, 병원에 아이들 많잖아요. 그 아이들 보면 우리 아이들 생각나고. 천사 같은 우리 아이들 못 보니까 진짜 힘들어요. 제 몸이 힘든 것보다 그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갓 태어난 예쁜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육아로 점점 지쳐만 가는 아내를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과 그리움에 우울증 약까지 복용했었던 진호 씨.
게다가 장기간의 입원으로 점점 불어나는 병원비에 진호 씨의 근심은 더 커져만 가는데….
◈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자동차 정비 일을 하며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진호 씨에게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이 찾아온 이후로 이 가정의 수입은 완전히 끊겼다.
투병생활로 날로 불어나는 병원비와 쌍둥이의 육아비까지….
진호 씨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한데….
몸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만 없어도 얼른 이 병상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 가장의 역할을 다 하고 싶다는 진호 씨.
“항상 가족 생각이죠. 애들 생각 밖에 안 납니다. 빨리 나가서 저기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바쁘게 일을 해야할텐데. 이런 생각 많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랑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