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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깡철이' 아프니까 청춘이란 위로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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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저당잡힌 위태로운 청년 성장통 그려…'어떻게 살 것인가' 화두 전달법 아쉬워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꽤나 근사한 말로 포장된 고용 불안은 21세기 지구상에 사는 청춘들을 옥죄는 고질병이 된지 오래다.

열에 일곱은 대학에 간다는 한국 사회 젊은이들의 고통은 더하리라. 집안 형편이 넉넉해 문제될 것이 없다면야 몰라도,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한 해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돌덩이다.
 
그 귀하다는 노동력을 무지 값싸게 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적잖은 이자의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틀어막아 졸업한다 쳐도 인턴, 비정규직, 정규직 등으로 나뉜 직업 계급 앞에서 청년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대학을 나와야 계급 상승의 기회라도 엿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니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질 리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이 시대 청춘들의 화두는 그만큼 절박하다. 궁지에 몰린 우리나라 청춘의 극단적인 자화상을 스크린에 옮기려 한 영화 '깡철이'도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깡철이로 통하는 부산 사나이 강철(유아인)은 부두 하역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살아내는 20대 청년이다. 안정적인 직장도, 뒤를 받쳐 주는 집안도 없는 그에게 엄마 순이(김해숙)는 유일한 피붙이다.
 
치매에 걸린 순이는 아들을 부재 중인 남편이나 예닐곱 유치원생이라고 여기는데다, 온갖 병치레로 병원을 집 드나들 듯한다.

강철은 자신의 삶을 뒷전에 두면서까지 그러한 엄마를 묵묵히 챙긴다. 각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좋았던 시절에만 머물려는 순이가 야속할 법도 하건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그다.
 
엄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 어느 날, 강철은 수술비를 구할 길이 없자 우연히 알게 된 조직폭력배 보스 상곤(김정태)을 찾게 되고, 이 일로 끝까지 피하려 했던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영화 깡철이의 주된 배경인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부산의 시원한 풍광과는 달리 극중 청춘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강철의 죽마고우인 종수(이시언)는 아버지의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 손가락을 잃은 뒤 뒷골목 조직 세계에 몸담았다. 부모 세대에게 젊음을 저당잡혔다고 여기는 강철과 종수는 "세상이 깡패다" "세상이 언제 우리 편인 적 있었나"라는 말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홀로 부산을 여행하다가 강철과 가까워진 수지(정유미) 역시 강철을 위로하면서도 자기 속내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름의 상처를 지닌 청춘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위태로운 젊은이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뒷골목 조직 세계는 소수의 권력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물질만능 사회의 전형적인 집단으로 읽힌다.
 
이 세계는 보스 상곤과 동생 휘곤(김성오) 사이 형제애를 제외하면 윤리 개념이 배제된, 철저한 약육강식 논리로 돌아가는 극단의 자연 상태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돈과 권력을 지키거나 빼앗고자 상대를 철저하게 짓밟고 배신하는 조직원들은 그 과정에서 강철, 종수와 같은 청춘들을 일회용 도구로 활용하기 일쑤다.
 
그 권력투쟁의 틈바구니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온 청춘들은 결국 걸림돌로만 여기던 부모 세대의 희생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안권태 감독은 "한 청춘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차압했다고 여기던 엄마가 있다. 사람은 반드시 성장하게 돼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한 가치관이 있다면 지금의 조건과 환경을 뛰어넘는 어떠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영화 깡철이는 관객들 각자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활짝 열어두지 않은 탓에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극중 주인공 강철과 엄마 순이가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감정선은 몹시 경쾌하거나 매우 우울한 까닭에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머문다. 다혈질 조폭인 휘곤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다'는 식의 자막이 나오고, 장기매매 알선 브로커가 수녀, 청소부 등으로 변장해 나타나는 신 등은 유머로 읽히기보다 몰입을 방해하는 군더더기로 다가오기 십상이다.
 
배우 유아인 김해숙 김정태 김성오 등이 맡은 각각의 캐릭터만 부각시킬 뿐, 인물들이 이야기 흐름에 공헌하는 것을 방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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