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9월 위기설이 등장했다. 두려움에 떨기보다 두 위기설의 차이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진=더스쿠프 제공)
9월 위기설이 또 등장했다. 2008년 이후 두번째다. 하지만 2013년판 위기설은 2008년의 그것과 다른 게 많다. 시장상황·금융지표·펀더멘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리먼사태'처럼 세계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08년과 2013년 위기설을 비교해봤다.
9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 중동 리스크,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 등 각종 이슈로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에 대한 과신이나 무사안일은 경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근거 없는 불안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과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금융위기 전이 가능성 희박
전문가들도 국내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될 수는 있지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투기 자금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고 외환 보유액도 충분하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2008년에도 9월 위기설이 있었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침체의 시그널을 보냈다. 국내에서도 제2의 IMF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위기설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도 위기설이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이었다.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거나 외환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막지 못한 대형 투자은행, 금융사, 증권회사가 줄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동성을 급격하게 위축시켰고,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세계경제는 아직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제공)
이 때문에 2013년 9월 위기설을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 설設은 설設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경우 작은 변수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일단 2008년과 2013년 9월 위기설은 원인이 다르다. 2008년의 경우 유동성이 부족한 게 원인이었다. 2007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권에 타격을 입히면서 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위기설의 원인은 유동성 회수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조금씩 줄이는 과정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13년의 금융상황은 2008년보다 안전하다.
2008년과 2013년의 세계시장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5년 3.1%에서 2007년 1.7%로 떨어지면서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유지하던 경제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였다는 얘기다. 실업률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미국의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9를 기록해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유로존의 경기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8월 유로존 PMI는 51.3을 기록, 7월에 이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유지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안심리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사진=더스쿠프 제공)
이처럼 2008년, 2013년 위기설은 그 원인과 방향이 다르다. 문제는 이런 위기설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금융지표 역시 2008년과 달리 양호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문제가 됐던 단기외채는 줄었고 외환보유액은 늘어났다.
2008년 2분기 1716억 달러였던 단기외채는 올 2분기 1196억 달러로 520억 달러가 줄었다. 외환 보유액은 2008년 7월 2375억 달러에서 올 7월 3297억 달러로 992억 달러가 증가했다. 72%를 넘어섰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6.2%로 절반가까이 줄어들었다.
◈ "기초체력 자체가 다르다"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원화 약세를 막지 못했다. 2008년 8월 1일 달러당 1014.06원이던 환율은 9월 중순 1161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8월 1일 1123.00원이던 환율이 1109.50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영향으로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진=더스쿠프 제공)
경상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7월에 누적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365억5000만 달러로 2008년 한해의 경상수지 32억9800만 달러의 10배를 넘어섰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도 한국경제는 튼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이라는 건 아니다. 2008년 위기설은 실체가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위기설은 그 실체가 모호하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금융위기 등 불안심리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이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때론 실체 없는 공포가 실체 있는 위기보다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