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사흘째 노숙투쟁을 벌였다. 김한길 대표는 자칭 '의회주의자'로 협상파 또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치인인데 장외투쟁을 이끌면서 스스로 노숙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노숙투쟁을 경험하는 김한길 대표가 언제까지 노숙을 해야 할 지는 기약조차 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화두로 내걸었지만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대화거부로 정국이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노숙투쟁, 왜 끝이 안보이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이 안 보인다는 거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24시간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 좀 성급한 얘기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김한길 대표의 노숙투쟁이 언제 마무리 될 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한길 대표가 지난 27일 사실상 무기한 노숙투쟁을 선언하고 노숙을 시작했으니까 오늘(30일)로 사흘 밤을 서울광장에서 노숙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그날까지 광장에서 노숙하려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한 노숙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어서 27일 저녁에는 시민사회연대회의와의 간담회에서도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천막을 걷지 않을 것이고, 저는 그날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김한길 대표가 천막 노숙투쟁을 거두려면 '국정원의 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내란음모혐의로 수사 중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개혁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이나 민주주의 회복을 주제로 한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저는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민생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한길 대표가 제의한 '영수회담' 을 거부한 것이고 정치적인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민생을 위한 5자회담(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 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을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김한길 대표가 거듭 영수회담 후 5자회담으로 수정제의를 했지만 청와대는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통해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한길 원내대표의 노숙투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한길 대표의 노숙투쟁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자료사진
=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치라는 게 생물이어서 언제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워낙 요지부동이어서 여.야 영수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들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주일내에 끝날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아니면 올해 해를 넘겨 엄동설한에도 노숙투쟁이 계속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청와대나 여권에서는 당분간 영수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나돈다.
김한길 대표도 "언제까지 노숙을 해야 할 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숙투쟁 첫날밤을 보낸 뒤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끝낼 거면 (장외로)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결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9월 2일 정기국회가 개원하고 9월 18일부터 닷새간은 추석연휴가 이어진다. 지금 상황에서는 추석연휴에도 노숙투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김한길 대표가 회군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노숙투쟁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과 정치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영수회담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추석연휴까지도 노숙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정부.여당이 마냥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결산도 예산도 민생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화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는데 그 이전에 김한길 대표를 만나거나 아니면 순방을 다녀와서 만나거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한길 대표는 협상파 또는 온건파로 분류되지 않나? 노숙투쟁 경험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김한길 대표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숙투쟁을 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특히 "제1야당의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는 노숙을 해보니 어떻더냐? 는 질문에 "첫 날은 어색했고 다 불편했다"면서 "휴지가 없어서 구해놓고 보니 쓰레기통이 없고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이었느냐? 는 질문에는 "화장실도 지하철 화장실까지 가야했고 아침에 씻는 것도 지하철 화장실에서 가볍게 씻었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노숙투쟁이 엄동설한에도 이어질지 모르는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전혀 두렵지 않다"면서 "다만 민주주의가 무너진 상황이 며칠 몇 달 몇 년 가더라도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 민주주주의 없는 나라가 익숙해지거나 길들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민주당이 8월 1일부터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천막당사를 설치했다. 그렇지만 9월 정기국회가 개원하면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 국정감사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천막당사를 지킬 동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한길 대표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내외 병형투쟁을 할 경우 국회의원들이 원내투쟁에 집중하면 아무래도 천막을 지키는 의원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천막투쟁이 끝나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가 있다. 그래서 천막의 무게가 떨어지지 않는 방법이 뭔지를 고민하다가 노숙투쟁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당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니까 노숙투쟁을 같이 하겠다는 자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천막에 노숙을 할 공간이 많지 않아서 노숙에 동참하는 국회의원을 4~5명으로 줄여서 노숙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천막 노숙투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민주당이 내세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와 결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당이 결속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는데?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고, 대통령이 제안한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의논한다면 국민·국가를 위해 바람직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황진환기자
=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김한길 대표도 이 점을 인정했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에서도 그런 얘기가 니왔다"며 "장외투쟁을 하기 전에는 계파 간 분열하고 갈등하고 싸우는 모양이 있었지만 광장투쟁 후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장내에 있을 때는 새누리당이나 언론에서 민주당의 분열과 계판 간 갈등을 언급했지만 천막당사에서 광장투쟁을 시작한 이후에는 민주당의 투쟁소식이 주로 보도되고 있고 노숙투쟁을 한 뒤에는 민주당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게 사실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의 수명이 짧고 리더십이 없는 당으로 비쳐져온 게 사실"이라며 "김한길의 리더십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외투쟁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문재인 의원도 노숙투쟁 중인 김 대표를 방문해 힘을 보탰다. 문 의원은 "처음부터 함께하고 싶었으나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았다"며 그동안 장외투쟁에 불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 특검, 국정원 개혁, 민주당의 장외투쟁 모두 실패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패를 통해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박근혜의 독주, 독선 오만을 보이게 하고, 새누리당의 무능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국회에 등원해서 할 일을 하고 김한길 대표는 노숙투쟁을 하고 주말에는 광장에서 집결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29일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합작되어 있는 이 전선에서 민주당은 국민과 힘을 연대해서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나갈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며 "서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굳건히 나간다면, 아까 모든 의원들께서 말씀하셨듯이 대오를 잘 정비해서 일사불란하게 통합된 힘을 발휘한다면 반드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확신을 다지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이냐?= 그렇다. 민주당이 병행투쟁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기국회는 예정대로 정상 가동될 전망이다.
김한길 대표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임무는 국회에서 제몫을 다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이기도 하다"면서 "천막에서 열마디 하는 것보다 국회에서 한마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막은 내가 지킬 테니 걱정 말고 국회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어제(29일) 의원총회에서 병행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정기국회 회기와 함께 국회에 등원해서 상임위도 열고 예산. 결산 심사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김한길 대표의 노숙투쟁도 병행하고 주말에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박근혜 대표가 김한길 대표를 만나면 풀릴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28일)는 재벌 총수들을 만났고 어제(29일)는 중견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대통령은 누구나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한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가 만난다면 사실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박 대통령도 지난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저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라며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제1야당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되는 문제다. 민생문제로만 야당대표를 만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인 마인드가 있다면 야당대표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