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현장.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현장 근로자 7명이 사망한 노량진 배수지 안전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현장소장을 포함해 2명을 구속하는 등 7명을 입건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7월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안전사고 수사 결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현장소장 박모(47) 씨와 하도급사 동아지질 현장소장 권모(34) 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1명을 포함해 감리단, 시공사, 하도급사 관계자 5명은 불구속입건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마개 플랜지(일명 차수막, 물막이벽)에 대한 확인과 점검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물막이벽 설계, 설치, 감리 모두 허점 드러나경찰 조사 결과, 당시 노량진 사고 현장에선 한강물 유입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마개 플랜지의 설치 단계부터 점검까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강물 유입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마개 플랜지가 설계되는 단계에서 안전성 여부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실제 마개 플랜지는 이 설계도면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처인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도 마개 플랜지에 대한 확인과 점검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두 번에 걸쳐 책임 감리단에 장마와 한강 홍수에 대비한 수방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고, 감리단과 시공사의 지시로 하도급사에서 마개 플랜지 설계도면을 만들어 감리단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설계도면상 마개 플랜지에서 안전성 여부에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도, 이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도면대로 이음 용접이 없는 하나의 강판으로 제작된 마개 플랜지를 한국가설협회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도달기지 내 수위가 5.8m를 초과할 경우 마개 플랜지가 파손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경찰은 사고 현장에 설치돼 있던 마개 플랜지는 4조각 철판 이음 용접 강판으로 제작되는 등 용접 이음 상태가 불량해 더 낮은 수위에도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 감식 결과 마개 플랜지는 도달기지 수직구에서 400m 지점 레일에 끼어 있었으며, 용접 처리된 부분에서 파손 흔적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하도급사가 제출한 마개 플랜지 설계도면을 안전성 등에 대해 시공사가 검토 없이 묵인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공사는 제작된 마개 플랜지에 대한 확인도 소홀히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마개 플랜지 제작 과정에서도 허술함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하도급사는 설계도와 다르게 마개 플랜지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단도 마개플랜지를 설치한 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고 전날 도달기지에 물 차 있기도…사고 예상됐는데도 안일한 대응안전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리단과 시공사의 안일한 대응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고가 난 도달기지 입구는 한강 수위가 4.95~5m가 되면 실제 범람하게 된다.
하지만 사고 전날 약 5m까지 수위가 상승하고 도달기지 수직구 내에 3m가량 한강물이 차있었는데도 사고 당일 아침 터널 내로 작업 근로자들이 투입된 것.
결국 사고 당일 오후 4시부터 한강 수위가 4.99m에 이르고 도달기지 내부로 한강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자, 결국 수압을 견디지 못해 마개 플랜지는 파손됐고 작업 근로자 7명이 수몰돼 사망했다.
감리단 관계자는 사건 당일 터널 안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업 중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시공사, 하도급사, 감리단은 사고가 예상되는 위험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을 작업장에 투입시키고, 안전 조치를 내리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망한 작업 근로자 7명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모두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량진 배수지 지하 상수도관 부설작업을 하는 이 공사는 천호건설·중흥건설이 시공을 맡고, 감리는 ㈜건화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