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나한테 걸리면 안 되지!' LA 다저스 류현진은 올 시즌 적잖은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오는 20일 마이애미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와 맞대결에서도 호투가 기대된다.(사진=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 첫 해 범상치 않은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류현진(26, LA 다저스). 올해 12승3패 평균자책점(ERA) 2.91의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1승7패, ERA 1.88)를 넘는 팀 내 최다승이다.
무엇보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을 숱하게 넘고 이뤄낸 수확들이라 더 값지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2선발로 시작한 데다 등판을 한번 쉬는 등 로테이션 상의 변수로 유난히 특급 투수들을 많이 만났지만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다음 등판으로 예정된 20일(한국 시각)에도 상대 에이스와 격돌할 전망이다. 8승5패 ERA 2.45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호세 페르난데스로 현재 마이애미의 1선발이다. 특히 류현진과 같이 올해 빅리그에 데뷔해 치열한 신인왕 후보 대결이 기대되고 있다. 페르난데스와 흥미로운 맞대결을 앞두고 류현진의 올 시즌 에이스 정복 과정을 돌아봤다.
▲2011년 다승왕 케네디, 류현진에 혼쭐
가장 최근이 지난 14일(이하 한국 시각) 뉴욕 메츠전에서 만난 떠오르는 에이스 맷 하비와 대결이었다. 하비는 전날까지 ERA 2.09로 전체 2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86으로 1위로 커쇼와 함께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된 정상급 투수.
하지만 류현진은 7이닝 3탈삼진 5피안타(1홈런) 1볼넷 1실점 역투로 하비에 판정승하며 12승째를 거뒀다. 빅리거 2년차 최고로 꼽히는 하비는 6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4패째(9승)를 안으며 고개를 떨궜다.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역시 당시 애리조나 우완 에이스였던 이언 케네디(현 샌디에이고)와 맞대결이다. 지난 4월 14일 류현진과 맞붙었던 케네디는 2011년 NL 다승왕(21승)에 이어 지난해도 15승을 거뒀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6이닝 9탈삼진 6피안타 1실점 쾌투로 5⅔이닝 10피안타 6실점의 케네디에 완승을 거뒀다. 특히 타석에서도 2루타 포함, 3타수 3안타 1득점으로 케네디를 두들겼다. 케네디는 경기 후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이후 부진에 시달리다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류현진은 자신의 우상인 사이영상 출신 좌완 클리프 리(필라델피아)와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승패는 없었지만 지난 6월 30일 맞붙어 7이닝 6탈삼진 7피안타 2실점으로 7이닝 4피안타 3실점한 리에 근소하게 앞섰다.
이외에도 류현진은 지난달 28일 신시내티전에서도 7이닝 9탈삼진 2피안타 1실점으로 5⅓이닝 8피안타 3실점에 머문 통산 135승, 꾸준함의 대명사 신시내티 우완 브론슨 아로요에 승리를 거뒀고, 지난 6월 13일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5이닝 4실점한 좌완 에이스 패트릭 코빈에 우세를 보였다.
▲"처음엔 졌지만 두 번째는 이긴다"류현진도 에이스에 당한 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소 밀렸지만 재대결에서는 열세를 뒤집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4월 3일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매디슨 범가너와 맞닥뜨렸다. 범가너는 지난해 16승(11패), 2011년 13승(13패)를 거둔 수준급 좌완이었다.
류현진은 6이닝 5탈삼진 10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8이닝 2피안타 무실점한 범가너에 밀려 패배를 안았다. 하지만 6월 25일 다시 맞붙어 6⅔이닝 1실점, 승패는 없었으나 팀의 3-1 승리를 이끌며 7이닝 3실점(2자책)한 범가너에 판정승했다.
류현진은 또 지난 5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6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7⅓이닝 1실점한 맷 케인에 패전을 맛봤다. 그러나 두 달 만의 리매치에서 6⅔이닝 2실점 승리로 2⅓이닝 8실점에 그친 지난해 퍼펙트게임을 비롯 16승,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주인공 케인에 멋지게 설욕했다.
지난 6월 20일 뉴욕 양키스전도 에이스 대결에서는 제몫을 했다. 아메리칸리그 ERA 1위를 달리던 일본 출신 구로다 히로키와 맞붙어 류현진은 6이닝 4탈삼진 5피안타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펼쳤다. 다만 6⅔이닝 8피안타 2실점한 구로다와 타선 불발로 패배를 안았을 뿐이었다.
류현진이 에이스급 투수들에 강한 이유는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집중력 때문이다. 14일 메츠전 뒤 "하비와 싸우는 것은 내가 아닌 타자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한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분명히 도전적이었고 하비와 매치업에 대해 어떻게 임하는지를 제대로 확인했다"며 강력한 멘탈을 칭찬했다.
오는 20일 또 다른 에이스 페르난데스와 맞대결을 앞둔 류현진. 과연 두둑한 괴물의 배짱이 또 다시 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