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산 분유의 박테리아 오염 의혹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해당 분유가 구매대행 형태로 여전히 직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구매대행 업체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판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CBS 취재결과 신경독소 박테리아에 오염된 유청분말이 사용돼 리콜 조치된 뉴트리시아사(社) 분유 브랜드 '카리케어'의 스테이지1 뉴 베이비 인펀트 포뮬러·골드플러스, 스테이지2 팔로우 온 포뮬러 등 2종이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현재까지도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트리시아 카리케어 분유는 모유 초유 성분과 비슷하다고 엄마들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해외에 근거지를 둔 인터넷 구매대행 업체가 직수입 형태로 상당량을 들여오고 있다.
파동이 난 이후에도 인터넷상에서 해당 분유 판매가 계속되고 있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카리케어 분유를 검색하면 소비자들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A 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는 "호주에서 파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파는 것이다"면서 "카리케어 분유는 제일 유명하고 우리 사이트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사셔도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구매를 적극 권했다.
B 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도 "호주 마트에서 아직 그대로 팔리고 있다"며 "파동이 난 이후에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엄마들이 계속 찾으신다.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해당 분유는 호주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주로 팔리고 있는데, 업체들의 해명과는 달리 호주는 오염된 유청분말이 흘러들어간 6개 국가 중 하나이다.
오염 유청분말은 뉴질랜드 외에도 중국,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 수출됐으며 분유, 단백질 음료, 스포츠 음료 등 제품 900여t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들이 카리케어 분유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거나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아무 규제없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
이번 파동은 뉴질랜드의 대형 유제품 업체 폰테라가 지난해 5월 생산한 유청분말 42t이 신경독소 박테리아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이름의 이 박테리아는 신경독소를 분비하는 식중독 미생물로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고 특히 유아에 치명적이다.
오염 분유 파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문제의 제품이 직수입 루트를 통해 버젓이 팔리고 있지만 식약처는 판매 규모와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넷상에 유통이 활발한데도 식약처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이 한국에 해당 분유가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며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구매대행 업체의 경우에는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어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상당히 유명한 제품이어서 직수입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어느정도 규모로 들어온지는 저희쪽에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