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동에 사는 정모(41) 씨는 최근 밤마다 비행기 소리에 짜증이 날 정도다.
오후 9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어지는 비행기 굉음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 일쑤.
정 씨 뿐 아니라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도심 한복판에서 밤마다 비행기 소리에 시달리는 게 말이 되냐”며 “도대체 무슨 비행기가 왜 밤마다 도심 상공을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시민들에 따르면 며칠 새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대전 둔산동을 중심으로 일부지역 상공에 전투기로 추정되는 비행 소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 소음은 5분 단위로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설명.
일부 시민들은 소음 외에도 아파트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은 최근 소음의 원인이 이 시간대 비행 훈련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우리나라 공군의 훈련이 아니라면 미군 전투기의 훈련 가능성과 다수의 전투기가 한꺼번에 비행했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공군 측의 설명이다.
특히 공군은 대전이 항공작전 수행이 가능한 공간을 의미하는 작전공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훈련 등 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전투비행단과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이 소음으로 고통 받는 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도심지 전투기 소음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발생하는 굉음(소닉붐) 현상을 경험했던 대전의 경우 시민들이 소음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소장은 “야간 시간대 소음은 사람이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항로를 변경하거나 훈련시간대를 변경하는 등 공군이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훈련시간대와 항로 변경은 사실상 어렵지만, 시민 불편이 계속된다면 비행시간 단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