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4차 실무회담이 17일 개성에서 오전 10시 시작됐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 두 차례 회담에서는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이번에는 진전된 결론을 얻을지 주목된다.
취재진들의 요청에 따라 악수를 나누고 회담을 시작한 양측은,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우리 측 김기웅 수석대표는 "이렇게 비가 오다 그쳤을 때, 그동안 고쳐야 될 게 있었다면 고치고, 부족한 게 있다면 잘 보강을 해서 또 비바람이 치고 폭우가 와도 끄덕없이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바람과 폭우(남북관계 경색 등)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집(재발방지의 제도화 등)'에서는 이번 회담의 목표를 '영구적 틀 잡기'로 잡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안개까지 걷히면 먼 산의 정점이 보일 것 같다"고 화답한 북측 박철수 단장의 말에서는, 조속한 재가동을 요구하는 북측의 희망이 읽혔다.
앞서 김 수석대표를 포함한 우리 측 대표단은 오전 8시 30분쯤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의 북측 연락관들은 대표단과 동행한 우리 취재진들에게 "오늘은 여기자들이 많이 왔으니 회담 결과가 잘 되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통관 절차도 간단하게 진행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북측 대표단 일원인 원용희가 출입국사무소에 직접 나와 남측 대표단과 취재진이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눈에 띄었다. 뒷짐을 지고 무표정으로 감시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북측 연락관들이 농담을 하자 빙긋 웃기도 했다.
대부분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회담 때의 여운인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가장 먼저 버스에서 내린 김 수석대표가 박 단장과 악수를 했는데, 아무 말 없이 눈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지난 번 양측이 교환한 합의문 초안과 수정안이다. 상대에 대한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문서를 통해 남북은 이견의 거리를 확인한 상태다. 4차 회담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이 거리를 좁힐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