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타 : 2013년 6월 24일나흘 전인 20일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국정원 발췌본 열람 이후 새누리당은 대야 공세를 강화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고 굴종적인 태도로 국민을 배신했다"고 야당을 압박하며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듯했다. 여야 합의로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요구하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폭탄이 떨어졌다.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전격 공개한 것. 사전에 협의는 커녕 아무 언질도 받지 못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황했다. 한 중진의원은 "정치적으로 고약하다"라고 혀를 찼다.
발췌본이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문제적 발언만을 의도를 갖고 편집한 것이 확인되며 여론은 불리하게 흘러갔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결국 다음날 그토록 거부해왔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수용하게 됐다.
◈ 제2타 : 2013년 7월 10일새누리당은 특위 위원 자격 시비로 공전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와는 별도로 NLL 논란 종식을 위해 야당과 대화록 원본 열람.공개에 합의하고 국회 운영위에서 통과시켰다. 면책특권에 기댄 '정치적 편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모적 논쟁을 끝내겠다는 출구전략이었다.
그런데 국정원은 또다시 뒤통수를 쳤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명백한 포기라는 취지의 국정원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것. NLL을 인정한 1992년 남북 기본합의 원칙을 지키자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배제한 채 자의적 해석으로 일관했다. 지난 대화록 전문 공개는 ‘국가를 위한 충정’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제1타에서 "쿠데타나 내란에 해당하는 항명"이라는 민주당의 질타를 대신 들어야 했던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셀프개혁 주문이 셀프 정치개입으로 귀결됐다"는 비아냥을 지켜봐야 했다.
여기에 난데없이 곁다리를 낀 국방부의 'NLL포기 해석' 브리핑으로 쏟아진 '공작정치', '당·정·청 기획'이라는 비판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 2연타 이후국정원의 2연타를 맞은 새누리당. 일단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공세는 11일 하루종일 이어졌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국정원 입장을 얘기한 건데 당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한 주요 당직자는 "야당이 저렇게 공격하고 있는데 아무 논평을 하지 않는 것은 지도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속만 끓고 있는 지도부와는 달리 당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장 하태경 의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원이 'NLL 포기가 맞다'고 공식화함으로써 북한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이적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남 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국가의 이익과 명예를 또 다시 저버렸으며 소모적인 NLL 논쟁을 그만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도 항거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재선의 조해진 의원도 "남 원장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국정원장이라면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이 진실을 가리겠다고 대화록을 공개하고 성명을 냈다는데 그 결과는 국정원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빠져들게 해 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국정원은 '음지에서 양지를 위해 일한다'는 말대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존재 가치와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정신이 나갔다"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그는 "여야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에 주력하고자 대화록 열람·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려고 애쓰는 마당에 다시 기름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무감각은 조금도 없이 날 뛰는 망아지처럼 구는데 그대로 놔둬서 되겠느냐"라며 "이런 식이면 국정원 자체 개혁은 불가능하며 야당 요구대로 국정원장 등 수뇌부도 교체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초선 의원도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서 자체 개혁을 하라고 했지 정치 개입을 하라고 했나"라며 "지도부는 국정원에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은 물론 국정원 개혁 문제도 당과 국회 주도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