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자료사진)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부훈(部訓)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으며,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한 뒤에는 원훈(院訓)이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의 국정원은 양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활보를 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한 법조인의 탄식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계 문명국의 어느나라 정보기관에서 볼 수 없는 법위에 군림하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목도하고 있다. 개탄스런 일이다.
원래 국정원은 홍보도 하지 못하게 돼있다. 국정원법은 그렇게 적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국정원은 법에 정해진 이외의 업무는 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런데 남재준 원장이 지휘하는 국정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회의록'을 무단으로 공개한데 이어 그 정상회담의 내용까지 자의적으로 평가하며 '성명'을 내는 기상천외한 불법을 일삼고 있다.
법원과 대법원의 판례 어디를 보더라도 국정원은 법상 기본 임무가 보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로 확고하게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작성은 분석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미국 CIA가 이라크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고 보자. CIA는 수집한 첩보를 갖고 안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CIA는 일절 정책제안(Proposal)을 하지 못한다. 즉 정책결정을 위한 행위를 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CIA는 정보만 줄 뿐. 거기에 대한 판단, 예를들면 '미국이 이 작전을 수행하면 반군쪽에서는 이런식으로 대응할것이다'라는 정보만 주지 거기에 대한 정책(Policy)를 결정하는 것은 안보보좌관이나 국무부, 국방부의 정책 당국자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국정원도 법상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다른 사람한테 시키거나 압력을 행사하면 직권남용죄로 처벌받도록 돼 앴다.
국정원이 종북세력에 대처한다면(종북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국정원은 반국가 활동의 첩보를 수집해 검찰 등 유관기관에 배포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 증거를 수입해서 본인들이 대공수사국에서 수사한다음 검찰에 송치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 행위를 스스로 홍보하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알리는 행위는 할 수 없다.
국정원은 정보를 수집해서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등 대북과 해외를 다루는 유관기관에 취합 분석한 정보를 보내주면 되고, 국내 보안사범이 있다면 수사를 할 수 있고, 수사와 관련해 조금 넓게 동향정보는 수집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나 4대강 문제에 국정원이 발을 담그면 그자체가 현행법상 위법 행위로 규정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야할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해치는 이적행위를 의도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 의원은 "국정원은 정보기관이지 정무적 판단기관이 아니며 본인들이 입수한 정보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및 관련 기관에 전달하고, 이 정보를 해석, 판단하여 정무적 결론을 내리는 기관은 국가안보실이나 해당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대통령 발언이 NLL 포기가 맞는지 아닌지 굳이 판단을 내리자면 이 기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해야지 국정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은 '첩보기관'이 아니라 마치 또하나의 '정치정당'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법을 무시하고 법위에 군림하고 있다.
국정원 기사와 관련한 댓글에는 국정원의 이같은 '정치행위'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을 '국가 댓글원'이라고 조롱하는 가 하면 '국가 해설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브레이크를 일부러 고장내며 탈선·질주하는 국정원장을 여전히 신임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