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의 활동이 종료되면서 국회에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보고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송전탑 반대대책위 측은 베끼기, 날치기 보고서는 원천무효라며 국회의 보고서 채택을 저지하겠다고 나섰고, 한전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대책위 추천 위원인 녹색당 하승수 공동위원장·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와 야당 추천 위원인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내용, 절차 모두 무효…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해야"
이들은 "전문가협의체 백수현 위원장이 아무런 논의없이 전문가협의체 명의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전문가협의체의 명의로 되어 있지만, 내용이나 제출 방식에 대해 토론과 합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제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한전 측 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은 베끼거나 대필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한전 측 위원들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며, "내용과 절차상으로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보고서를 제출한 것 자체가 국회를 모독하고, 밀양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 협의체의 파행의 원인은 백수현 위원장과 베끼기, 대필행위를 한 한전측 추천위원들에게 있다며 백 위원장과 한전 측 위원들이 전문가 윤리를 어긴 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대측 위원들은 국회에 보고서의 심의를 거부하고,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헌석 위원은 "단기적으로 국회나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밀양송전탑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고, 기술적 검토는 미국 PATH 765kV 사업 분쟁에 참여한 전문가들을 국내에 초빙해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은 송전탑을 새로 건설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송전선을 통해 충분히 송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송전선로에 고장이 나면 대규모 정전이 일어난다는 한전 측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지난 2000년 이후 송전선로 고장으로 발전기가 정지한 사례는 25번이나 되지만, 정전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 한전 "보고서 채택해야"…"또다른 기구 구성 곤란"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송전탑 전문가협의체에서 국회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대해서는 협의체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최종보고서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구성원 가운데 다수의 위원이 '밀양 송전선로 우회송전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지중화는 우회송전이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밀양지역 갈등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다수 의견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해 주기를 건의했다.
반대대책위의 '베끼기 날치기 보고서' 주장에 대해서는 위원에게 정부를 통해 제출된 자료중 검증된 표나 그림, 데이터를 보고서에 인용하는 것은 통념상 허용되는 것으로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또 "보고서 원천무효는 합의를 반대한 위원 3명을 제외한 위원장 포함 6명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회에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유효한 것이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 요구에 대해서는 또다시 별도기구를 만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은 "밀양 갈등 해소를 위해 전문가협의체 뿐 아니라 갈등조정위원회, 국회토론회 등 5년간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검증 하더라도, 반대위측이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는 11일 전문가 협의체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한전과 주민 측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같은 날 밀양 주민들은 대필 보고서를 규탄하는 상경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