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때 환자 갈 곳은 진주의료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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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빨갱이냐?" 진주의료원 조합원들 눈물의 절규

 

넉달 넘게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진주의료원 노조는 1일 진주의료원 대강당에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조합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숙연해졌고 조합원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열정쏟은 내 직장 폐업이라니…서럽고 억울한 마음"

진주의료원에서 13년 간 근무한 간호사 전정화 씨는 신종플루로 한국이 떠들썩했던 2009년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공공병원에서 담당하는 신종플루 전염병 관리로 하루에도 백 명 이상의 진주시민들이 의료원을 내원했고 집에 돌가면 다리가 퉁퉁부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든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며 "당시 응급실에는 3명의 임산부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인력부족으로 무거운 배를 감싸면서 바쁘게 일했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면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내 아이는 무사할까? 걱정됐고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근무환경이 서글프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진주시 내에 그 많았던 병원들은 환자 수 줄어들까봐 신종플루 환자는 아예 진료도 보지 않고 보건소와 진주의료원, 경상대병원으로 보내졌고 대학병원에서도 입원할 병실이 없어서 되돌아와야 했던 환자들이 의료원을 찾았을 때 진주시민들은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 씨는 또 "진주의료원에서 13년을 근무하면서 겪은 일들이 신종플루만 있었던 것이 아니듯 저의 모든 열정과 애정을 쏟은 내 직장이 폐업되니 요즘은 정말 서럽고 억울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 씨는 이어 "홍준표 도지사는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요? 진주의료원이 진주시민을 위해 서부 경남 도민을 위해 꼭 필요한 병원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요? 저는 반드시 진주의료원이 재개원하고 정상화돼 다시한번 성실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오늘도 진주의료원으로 출근합니다"

진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5년 차 사회복지사 박진아 씨는 글을 읽어내려가며 많이 울었다.

"저에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제 삶에 의미있는 직장이었다"며 "일반병원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보호자가 없는 행려환자나 장기입원환자, 생사를 오고가는 호스피스환자 등 그 분들을 돈으로 생각하며 치료하는 병원시스템이 아니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박 씨는 "수많은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죄인마냥 쫓겨났다"면서 "닫혀진 병실을 보면서 진주의료원이 아니면 안되는 환자분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저도 그 분들이 떠날 때처럼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이고 저 뿐만 아니라 저희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대부분 여성이 많고 어린아이들을 둔 엄마들이다"며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120일이 넘는 이 투쟁은 너무나도 버겁다. 한참 손이 많이 갈 시기인 딸을 할머니에게 맡겨 두고 날치기를 막아볼려고 노숙으로 도의회를 지키기 바빴고 지금은 진주의료원에서 숙식하며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 씨는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모르고 집과 직장만 오고가며 일만 해 오던 우리가 하루아침에 강성, 귀족노조가 돼 있었고 비리집단, 피혐의자 신분이 돼 있었다"면서 "나만 아니라 너도나도 다 같이 살아보자고 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어 "진주의료원이 정상화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떠났던 환자분들의 마음처럼 저는 다시 이곳에서 일하고 싶고 104년 역사를 잇고 싶다"면서 "그래서 내 딸에게도 엄마가 '끝까지 했었다'라고 말하며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진주의료원으로 출근한다"고 말을 맺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진주의료원에서 13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오진영 씨는 "도대체 저희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빨갱이소리 듣고 재취업을 걱정할 정도로 사회적 고립을 받아야 합니까? 왜 저의 가족들이 TV에서 홍준표가 떠드는 왜곡된 진실을 듣고 주변사람들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으며 딸의 앞날을 불안해 하고 걱정해야 합니까? 너무 서글프고 억울하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오 씨는 "월급이 7개월 체불되고 연차수당도 반납하면서도 묵묵히 일했던 저희는 신축이전한지 5년 밖에 안된 진주의료원을 일방적으로 폐업시키고 홍준표의 만행을 알리고 나의 일터를 지키고자 나섰다"면서 "그리고 의료원의 문제점, 공공의료시스템을 바로 잡아서 전국의 지방의료원이 만성적자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들에게 건강한 적자로 공공의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이어 "이번 투쟁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넓게 바라볼 수 있었고 옳은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는 저의 작은 변화가 잘못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진주의료원이 꼭 정상화돼 저희의 투쟁이 빛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는 진주의료원에서 근무하다 그만 두고 재취업을 위해 다른 병원에서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진주의료원 출신이면 힘든 것은 알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차별을 둘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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