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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이 되거나, 취업학원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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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주인은 교육부(?)…힘없는 대학, 소외되는 학생들

 

#. 최근 일부 인문학과 폐지를 놓고 부침을 겪고 있는 대전 A 대학.

일방적인 통보에 학생들은 항의했지만 대학 측에서 돌아온 말은 하나였다.

"교육부 정책이 이러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 맘 다 알고 우리도 대학다워야 되는 거 아는데 어쩔 수 없다..."

#. "철학교육을 내실 있게 다지겠다"는 철학과 B 교수.

하지만 폐과 위기에 놓인 이 학과에서 내놓은 건 기존 수업에 '상담·치료'가 강화된 것이었다. '철학교육을 어떻게 내실 있게 할 것이냐'보다는 '취업률'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학과는 앞으로 상담사, 심리치료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 지난 5월 국어국문학과 폐지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대전 C 대학.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은 조용하다.

해당 학과는 "학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한 새 커리큘럼을 대학 측에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답'이 정해진 통폐합이었다는 것.

학과 구성원들을 짓누르는 것은 '상실감'이다. 일부 학생은 자퇴 또는 휴학을 택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대학 학과 구조조정에서 '대학'이 소외되고 있다.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 교육부의 대학평가 기준이 사실상 학과 통폐합 여부를 결정하다보니 정작 그 안에서 이뤄져야 할 '내부의 논의'는 실종됐다는 것.

교육부 기준에 맞춘 '선 폐지, 후 대책'은 '짜깁기 식 학과' 등 졸속 행정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폐단을 낳고 있다.

최근 문제로 불거진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보다도, 사실상 교육부에 자율성을 빼앗긴 대학의 현실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폐지가 결정된 인문학과 학생들은 "우리도 내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만의 원칙, 기준도 없이 '교육부 정책이 이러니까' 끌려가야 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때 집중됐던 '인문학과 위기'에 대한 관심 역시 사그라진 지 오래다.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대학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기준을 안 따르면 부실대학이 되고, 따르면 취업학원이라는 조롱을 받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어영문학)는 "내부 구성원의 고민에 의한 것이 아닌, 외적인 요소에 의해 반 강제적인 통폐합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토대부터 잘못된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대학들의 말 못할 고민 속에 교육부의 8월 대학별 취업률 발표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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