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중동 주재 외교관들이 현지에 취업한 자국 여성들의 귀국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이들에게 매춘을 강요하거나 성적 학대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피해 여성들은 현지 고용인들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피해 필리핀 공관 시설에 머물다 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외교부는 조사대상 공관을 중동은 물론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일 ABS-CBN과 GMA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중동지역 주재 공관 직원들이 현지 취업 여성들을 상대로 성접대나 매춘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앨버트 델 로사리오 외교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대사관의 한 노무 담당관이 공관시설에 보호중이던 자국 여성 근로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와 관련해 본국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델 로사리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해당 외교관이 피해 여성들에게 항공권 제공 등의 귀국 편의를 봐주려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혐의를 받는 상당수 다른 외교관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중동지역에서 취업한 필리핀 여성 3명은 ABS-CB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주재 대사관 노무 담당관이 성적 착취와 매춘을 강요했다고 고발했다.
이 외교관은 특히 중동 남성들과의 성관계에 응하고 대신 항공권을 제공받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이들 여성은 증언했다.
필리핀 외교관들의 성폭력 사례는 그동안 쿠웨이트와 시리아, 요르단 등 3개국 공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월든 벨로 하원 의원은 외교관들이 대사관 시설에 보호중이던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사례가 이들 3개국 공관에 집중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 여성 취업자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 지역 공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델 로사리오 장관은 중동 지역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콩 등 아시아 지역 공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대사관 직원들의 경우 정부가 일부 근로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항공권을 판매,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