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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명찰, 검정명찰을 아시나요"…색깔따라 달라지는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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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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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금격차 ①]"한 지붕 두 월급"…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유명한 원숭이 실험이 있다. 한 마리에게는 맛있는 포도를 주고, 다른 한 마리에게는 맛없는 오이를 준다. 그러면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먹을 것을 내동댕이치며 화를 낸다. 원숭이를 분노하게 만드는 불평등은 우리 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임금격차다. 당신은 자신의 월급봉투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내동댕이치고 싶은가.

최근 5.30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통해 노사정은 일하는 사람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CBS는 매주 두 차례씩 2주에 걸쳐 우리사회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임금격차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지붕 아래서 다른 월급을 받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문제다. [편집자 주]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노란 명찰에 검은 글씨는 정규직. 검은 명찰에 노란 글씨는 비정규직.'

경기도의 한 완성차 공장에서 같은 작업복을 입고 비슷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은 가슴에 달린 명찰 색깔로 소속이 구분된다. 작은 명찰이지만 색깔의 차이는 모든 것의 차이를 부른다.

‘검정 명찰’은 기본근무에 잔업, 특근까지 해야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지만, ‘노랑 명찰’의 월급봉투는 두 배 이상 두껍다. 그리고 이 월급봉투의 두께는 삶을 갈라놓는다.

‘검정 명찰’ 김모(43)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함께 밤늦게 마트에서 장을 본다. 그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삶 자체가 다르다”.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도 ‘노랑 명찰’ 한 명이 버는 것보다 못한 상황에서 절약은 생존의 문제다.

“먹는 것, 마트에 가면 날짜 다 된 것은 세일을 해요. 우유나 어묵같은 것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 있으면 총알같이 달려가서 집어들지요,” 김 씨의 말이다.

물론 아끼고 아껴 먹고 살수는 있다. 하지만 이 월급은 정당한가. 그는 스스로 자문해보는 날이 많아졌다. “150만원 받아도 안 먹고 안 쓰면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둘이 벌어도 정규직 한 명이 버는 걸 못 따라 가는데 과연 내가 얼마를 받아야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정규직 전환바람을 타고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사람들은 어떨까. 20대 후반인 이모씨는 5년 정도 모 시중은행 창구직원(텔러)으로 일하다 얼마 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씨가 매달 받는 돈은 150만원 안팎, 비정규직 꼬리표만 뗐을 뿐 초봉이 3천만원이 넘어가는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여전하다.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무기계약직으로 일반 은행직원과는 아예 채용 직군부터 다르고 호봉 승급도 인정되지 않아 경력에 따른 급여 인상분도 미미하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임금격차만큼은 바뀐게 없다.

이 씨는 “정규직화 했다고 하는데 급여 차이는 모르겠고, 일하는 거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정규직이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정규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 오히려 ‘텔러’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기면서, 행원과의 임금격차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업무직군을 따로 만들어 저임금 직원을 배치하고 임금 차별을 정당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다. 이름만 정규직일 뿐 임금에 대해서는 결국 비정규직이다.

 

◈ 모든 조건 같을때도…비정규직 임금 9% 적어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일제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253만3천원의 월급을 받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41만2천원에 불과했다.

통계청 자료는 근로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산술평균에 불과하지만, 그 규모를 떠나 임금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저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사실이다.

또 고용노동부가 근속연수와 나이, 성별, 학력, 사업체 등을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9.1%(2011년)였다. 모든 조건을 똑같이 놓았을 때도 여전히 격차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규-비정규직간 임금격차는 중소기업보다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크게 나타난다. 기본급보다는 특별상여나 연말성과급 등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5,809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그의 60% 수준인 1만6,286원에 불과했다.

이런 임금격차의 주원인은 바로 노동으로 돌아가야 할 소득을 자본이 과도하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조 조직률이 2%에 불과한 비정규직은 자기 몫을 주장할 방법이 없어 더 많이 뺏기게 된다.

실제로 KTB투자증권이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분배율이 2000년대 중반이후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우리나라에서 창출된 소득 중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급여를 의미한다.

 

비정규센터 이남신 소장은 “노동 소득분배는 OECD 기준이 70% 안팎인데, 우리나라는 60%가 안 된다”며 “소득 중에 노동이 60을 가져가면 사용주가 40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OECD 기준(70%)을 맞추려면 기업이 이득의 10%를 추가로 비정규직 등에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주가 스스로 이런 일에 나설 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정규직이 먼저 비정규직과 임금을 나누면서 물주격인 사용주에게도 함께 분담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과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규직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들이 자신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인상분을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사용하는 일종의 '연대임금'의 형식을 취하자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2007년 보건의료노조가 임금인상분 300억원을 기금으로 만들어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사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통상임금 확대 소급분을 비정규직 임금인상 등을 위한 사회연대기금으로 조성하자는 주장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규직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사용자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즉 쌍방의 양보와 타협에 정규-비정규직 임금격차를 푸는 해답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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