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학부모 A 씨는 최근 "아이를 당분간만 집에서 돌보면 안 되겠느냐"는 어린이집의 연락을 받았다.
"산만하고 자주 우는 아이라 평가 진행상 지장이 생길 것 같으니 협조해 달라"는 것. 이 어린이집은 평가인증 현장관찰 평가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만 데리고 눈속임을 하는 게 무슨 제대로 된 평가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학부모 B 씨는 평가인증 어린이집을 믿고 선택했다 곤혹을 치렀다.
B씨는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믿고 보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설명으로 들었던 것과 달라 아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알고 보니 여기도 평가인증, 저기도 평가인증, 평가인증 안 받은 곳이 없더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 원장 역시 "현장관찰 나올 때만 반짝 잘 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며 "평가인증 이후에도 유지가 되면 좋은데 잘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을 사고 있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제'가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6. 20 아이들 아닌 '서류'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의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교수법, 건강·영양, 안전 등 6개 영역을 살펴본 뒤 일정 수준 이상 시설에 대해 인증하는 제도.
하지만 어린이집이 제출한 서류 중심 평가와 한 차례 현장관찰로 이뤄지다보니 조작과 편법도 더러 동원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평가인증을 받은 대전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솔직히 서류는 본인이 기록하는 건데 나쁜 말 쓰겠느냐. 안 한 것을 쓰기도 한다"며 "점수에 따라 어린이집 수준이 결정되고 지원도 달라지니까 과열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관찰에 대해서도 "아이들 같은 경우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아플 수도 있고 여러 변수가 있는데 하루만 보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사실상 운에 따라 90점짜리 어린이집과 70점짜리 어린이집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평가 때문에 아이가 배제되는 상황 자체가 탁상행정 아니냐"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어린이집의 평가인증 여부와 함께 개별 점수 등 세부 결과까지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점수 공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의 개선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혜자 대덕대 교수(영유아보육과)는 "서류들 사이에 중복되는 항목도 많고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류는 간소화하고 현장 점검을 보다 자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