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아동 학대 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문제 교사에 대한 엄벌과 함께 열악한 처우 개선도 뒷받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달에 150만원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고 오전 7시부터 평균 10시간 일하며 토요 근무·차량 운전까지 해야하는 환경에서, 보육교사들에게 무조건적인 헌신과 질 높은 서비스만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일 육아정책연구소의 ''표준보육료 산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 307곳(국공립 79·법인 54·민간 74·가정 100)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결과, 전체 보육교사들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9.9시간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종류별로는 법인 소속 교사들의 근무시간이 10.3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나머지는 모두 9.8시간 수준이었다.
보육교사들의 월 평균 호봉과 급여는 5.1호봉, 144만3천677원으로 집계됐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의 월 급여가 158만8천342원으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 반면, 민간 및 개인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각각 122만9천530원, 119만2천283원으로 불과 100만원 남짓이었다.
또 어린이집들 가운데 63.8%는 토요일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아이들을 맡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 수 보육교사들이 주 5일 근무를 포기하고 토요일에도 나와야한다는 얘기다.
평일 어린이집의 운영 시작 시각은 대부분(97.5%) 7시~7시30분 사이로, 이른 새벽부터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보육 교사가 어린이집 차량(셔틀)까지 직접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어린이집 가운데 54.7%(168곳)가 차량을 운행하지만, 이중 운전기사를 따로 둔 경우는 50%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의 어린이집에서는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운전기사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 임시직으로 어린이집이 채용한 보조교사·대체교사·취사원·영양사 등의 월 평균 급여 수준은 더욱 낮아 40만5천250원에 불과했다.
한편 조사 대상 어린이집의 91.5%는 간호사·간호조무사를 따로 두지 않았고, 89.3%와 22.5%는 각각 영양사와 취사원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상당 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안전사고나 영양관리, 급식까지 모두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적은 급여 뿐 아니라 보육교사들이 점심 시간도 없이 10시간 넘게 계속 아이들을 돌보며 ''감정노동''을 해야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더 큰 문제"라며 "바람직한 대안은 보조교사 등 인력을 더 투입해 오후2~3시 이후에는 교사들이 여유를 찾게 해주는 것이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 단가가 높아지고 예산이 늘어나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 위원은 이어 "당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각 가정에서 형편이 허락한다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에선 점심시간의 경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식사하고 대신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