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비영리단체를 세워 부당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수익사업을 하는 등 부적절한 운영을 해왔는데도 관계당국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 간접고용, 수익사업...공공성은 어디에?
한예종은 CBS노컷뉴스 6월 18일자 <한예종의 '수상한'="" 고용…페이퍼컴퍼니="" 논란=""> 기사를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직원상조회’라는 비영리단체를 총무과장 명의로 설립한 뒤, 구내식당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구내식당의 식당 노동자들은 총장 직속인 기성회 소속 영양사로부터 출퇴근 관리 등 ‘실질적인 노무지휘’를 받아왔지만, 소속은 상조회로 있으면서 근로조건 면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
현재 학교 측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서울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측은 파견법 위반 소지가 높은 만큼 ‘간접고용’ 형태를 비판하며 기성회 소속 등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학교 측이 직접 운영을 하거나 민간업체에 인가를 줘야 하는데 해당 직원들 명의로 상조회를 만들어 간접고용을 한 경우”라며 “결국 직원들의 임금과 소득, 복지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상식 이하의 편법적 계약, 내부 부당거래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활용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와 역행하게 불법파견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간접고용 때문에 식당 노동자들의 고용관계와 처우가 열악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예종 상조회 소속 식당 노동자들은 석관동 캠퍼스의 경우 총 8명 가운데 4명이 일용직이고, 4대보험 중 산재보험만 적용받는데도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예종은 또 상조회를 비영리 단체로 신고해 놓고도 매점, 자판기 사업에 대한 위탁을 맡겨 일종의 임대료 격인 수입을 창출하는 식으로 수익사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편의상 '변종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홍익대 법대 김유찬 교수는 “매년 7천만원 정도씩 수입이 발생했는데 유지비 등을 제외한 순소득이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며 “추징금 등을 물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미 학교 측은 수익 발생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구내식당 비용 등 학생 복지 재원으로 쓰였다”고 해명한 상황. CBS노컷뉴스는 상조회 예결산 자료 세부내역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내부 문서라 공개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또 직원들의 임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원들은 고유업무에 대한 업무 외에는 1원 한푼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 문광부 소속기관...그간 감사에서 적발 안 돼
하지만 한예종은 숱한 문제점과 의혹들에도 지난 2000년 설립된 상조회의 세부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감시 감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학교인 한예종은 여타 학교들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이다.
문광부는 공공감사에 대한 법률에 의거해 소속기관이나 산하단체에 대해 감사할 수 있으며, 문화부 직제 규정에 의해 문화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행사할 수 있다. 한예종 역시 3-5년 주기 종합 감사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감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고 올해 감사 여부도 미정이다.
문광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문화부 소속기관만 14곳, 산하단체만 38곳이 감사대상"이라며 “운영상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감사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간접고용의 문제가 있다고 하고, 소득이 발생했다면 소득세를 내야하는 만큼 관련해서 학교 측에 확인하는 등 살펴보고 조사할 필요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법파견 등 부당고용과 관련해 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하거나 고소, 고발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예종은 행정직원이나 교직원 할 것 없이 공무원이며, 문광부 직원들의 전보 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성‘이 큰 기관인 만큼, 상급기관인 문광부 역시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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