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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최근 각 정부 부처에 공공기관장 인선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 11일 산하기관과의 내부 업무연락방(인트라넷)에 띄운 글을 보면 "청와대 지시로 기관장 선임절차(서류심사, 면접심사)를 잠정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일단 선임절차를 내부적으로만 중단하고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임원추진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지는 아직 하지 말고 대기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선 중단 지침이 아직까지는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17일 현재도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이 올스톱 상태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비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인선작업을 보류하라는 지시에 따라 인선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3배수 후보까지는 자율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 중단을 지시한 것은 최근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일고 있는 잡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확정된 KB금융지회장, 농협금융지주회장이 모두 재무 관료 출신이어서 ''모피아'' 관치논란이 일고 있다.
또 여신금융협회장, 수협회장, 국제금융센터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자리도 관료출신들이 꿰찼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 도움을 준 측근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자제하는 모양새지만, 관료출신들이 중용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장 인선은 정부 방침에 반대해 왔거나 불만이 많은 산하 기관을 길들이기 위한 인사였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민간매각과 제3계류장 신설 문제 등으로 처리할 현안이 많았지만 국토부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괘씸죄로 사장에 국토부 출신 정창수 사장을 전격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토지주택공사(LH)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행복주택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자 이를 뭉개기 위해 역시 국토부 출신의 이재영 사장이 임명됐다는 소문이다.
코레일의 경우 민영화에 반대했던 정창영 사장이 이날 떠난 가운데 군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 차기 사장에 국토부 출신이 내려올 것이라는 게 직원들 사이에 정설처럼 굳어진 상태다.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인선 중단이 최근의 인사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급적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쓰기 위해서 후보를 많이 늘려서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공공기관 인선작업 중단을 지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관료들이 많이 들어갔다는 부분은 단적으로 얘기 못하지만, 과거에 지적되고 국민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는 확실하다"고 말해 최근 금융기관·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