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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 12단독의 장성관 판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을 법정 구속한지 8일 만에 보석 허가로 28일 석방했다.
보증금 7천만원을 납입하도록 하고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보석허가 결정을 내렸다. 조 전 청장은 해외로 나갈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장 판사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이 당초에는 피고인 자신이 공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피고인이 공표한 사실이 허위의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진실한 사실로 믿고 말했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동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변경된 쟁점에 대해 실질적인 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이 1심 판결 선고 뒤 비로소 자신에게 정보를 전달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피고인의 무죄주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피고인 또한 우리나라 경찰의 수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사안의 실체 여하에 따라 경찰 전체의 명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8일 전인 지난달 20일 같은 재판부의 이성호 판사는 조현오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집행했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 명의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다"라고 판단했고, "피고인이 고위 공무원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스스로 망각하고 대중 앞에서 경솔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해 죄책이 무겁다"며 조 전 청장을 법정구속했다.
이처럼 조현오 전 청장의 신병이 불과 8일 만에 ''180도'' 변경된 사연은 무엇일까?
조 전청장에 대해 보석을 허가한 장성관 판사는 법관 인사에 따라 3일 전인 지난달 25일 형사 12단독의 이성호 판사를 대신해 전입 발령됐다.
장 판사는 전입한 지 불과 3일 만에 전임판사의 법정구속형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독립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과 8일 만에 피고인에 대한 신병결정이 뒤바뀌는데 대해 법원의 판단 잣대가 너무 빠른 시일 내에 들쭉날쭉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장 판사는 ''조 전 청장의 방어권''을 중요하게 판단했고, 이에 반해 전임 재판장인 이 판사는 "경찰 고위직을 역임한 피고인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비중있게 전달 될 수밖에 없다"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보석 허가 결정은 1심에서 법정구속이 이뤄졌기 때문에 피고인이 항소를 하면 항소심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항소심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석이 청구됐기 때문에 심리가 개시됐다. 다만 법관인사에 따라 재판장만 바뀐 상태였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항소심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1심 재판부의 보석심리에서 보석결정을 곧바로 내릴 수도 있고 또는 항소심으로 보석심리를 미룰 수도 있다"며 "그것은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법리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구속한 전임 재판부의 결정을 전입한 지 불과 3일 만에 변경시켜 보석 허가를 내린데 대해 "너무 서둘러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법원의 판단 잣대가 국민들의 법감정에 비춰 어느정도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