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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매일 쏟아지다시피 하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안팎에서도 자진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어 청문회가 아예 무산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무리수마저 우려되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새누리당에서도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20여개에 달하는 의혹만 해도 용퇴조건은 충분하고 넘친다"며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심 최고위원은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 사안들이 하나씩 줄지어 터져 나온다"며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훌륭한 장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도 전날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박근혜정부가 순항할 수 있도록 용퇴하라"며 김 후보자를 겨냥했다.
김용태 의원도 "후보자의 결심이나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인 목사는 "전관예우로 몇 억원씩 돈을 번 사람이 또 나와서 벼슬을 하려 하느냐"며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은 진작부터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퇴임 뒤 무기중개업체 근무 경력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다.
방위력개선사업 책임을 맡아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국방장관이 무기중개업체에서 일했다면 어떤 결정을 하든 국민과 군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가 전역 뒤 지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 무기중개업체에 근무하는 동안 K2흑표전차의 파워팩이 국산에서 독일산으로 변경됐다.
김 후보자는 이 업체를 퇴직하면서 퇴직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2억원을 받아 그의 역할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김 후보자에게는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위장전입, 공금유용 의혹 등 없는 의혹이 없을 정도로 의혹이 쌓여 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 다음날인 지난 2010년 3월 27일 골프를 하고, 정부가 정한 애도기간 중에도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자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의혹만 나열해도 웬만한 백화점 하나는 채울 듯 하다"며 "대한민국 군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처럼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여야는 이날까지도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마감시한이 오는 6일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임기 초반 여야 관계는 물론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임명을 강행하면 국민은 물론 군이 이해하겠느냐"며 "상당한 정국 혼란이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국방 관련 법안과 예산을 놓고 국회와 정부,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며 안보위기라는 임기 초반부터 국방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