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예고'에 응급 의료 체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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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 25일부터 대학별 사직서 제출
사직서 제출 후 응급실 등 근무 방법은 22일 추가 논의
정부 '대화협의체' 구성에 화답 나섰지만…사분오열 의료계에 전망 어두워
응급의료체계 붕괴 우려…중환자·응급환자조차 진료 못할 수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25일 이후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하면서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방재승 위원장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25일부터 최소 16개 의과 대학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4개 대학은 의견 수집 중이며 16개 대학이 압도적 찬성(최소 73.5%, 최대 98%)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고 확인했다"며 "각 대학별 비대위 일정이 다른 걸 감안해 이달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5일 이전에 사직서 제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방 위원장은 "서울대는 18일 오후 총회에서 19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할지 아니면 전국 의과대학 비대위 합의대로 25일부터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각 대학과 병원별로 융통성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이미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은 이미 각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이들 대학은 이른바 '빅5' 병원에 속하는 병원들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나머지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이번 주 안에 안에 집단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이들과 별개 기구인 전국 의대교수 협의회도 지난 14일 회의에서 대학별 상황을 공유하며 상당수 교수의 자발적 사직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이 상황이 교수로서의 직분을 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사직 외에 방법이 없지 않냐'는 생각들에 교수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전해, 당시 회의에 모인 교수 중 다수가 사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정 관계의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의정 갈등의 주요 국면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언에 나서며 진두지휘한 일이 이제는 정부가 운신할 폭을 좁힌 자충수가 됐다.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제라도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려 해도 사분오열 상태인 의사 집단과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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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직서 제출 계획을 밝힌 비대위의 주축이 됐던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의 경우, 의대 정원 증원을 전제로 정부-의사 뿐 아니라 여야와 시민사회까지 포괄한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던 정부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지난 15일 한덕수 총리가 서울대병원에 전격 방문해 방 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눴다.

반면 전의교협은 필수의료체계에 관한 정책 변화 없이는 증원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개원의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위의 대화협의체 구성 제안에 "서울의대 비대위의 일방적 희망"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대화를 가장한 요식 행위에 들러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 역시 '선배'들인 의협과도, '스승'인 교수단체들과도 다른 독자노선을 강조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대화협의체 구성 제안에는 "합의한 바 없다"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제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 사태가 가시화된 상태에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응급의료체계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병원 현장 일선에서 주요 실무를 맡았던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면서 주요 상급병원마다 수술 등 진료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물론, 입원한 환자를 퇴원시켜 병상 수를 조정하고 병동을 통폐합하는 등 비상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환자 곁을 지켰던 의대 교수들까지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대형 병원에서 응급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중환자·응급환자만이라도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갔지만, 교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 사직하고 병원을 떠난다면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나 출산할 날을 받아둔 임신부조차 진료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사직하는 교수들의 수가 많지 않더라도, 특정 지역에 사직 사례가 집중될 경우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의대 교수들의 사직에도 정부가 강경 대응을 이어간다면 봉직의들의 집단 행동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봉직의 의협 회원 90%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협 회원들이 실제 사법적인 조치를 당하면 사직서 제출 등 '자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방 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면서 "각 병원 및 대학별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해 다음 주 금요일(22일)쯤에 다시 회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직서가 수리되면 원칙적으로 그 대학 교수가 아니라 업무를 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즉 사직을 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을 완전히 비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상적인 근무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일단 정부는 우선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해 급한 의료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 250명을 추가 투입했다. 앞서 정부는 공보의와 군의관 158명을 전국 20개 병원에 파견했다.
 
하지만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는 미봉책으로 주요 수술을 지휘하는 의대 교수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의대 교수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막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 사직을 결정한다는 데 아주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가 환자 곁으로 조속히 돌아오도록 하시는 게 교수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호소'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과연 정부가 실제 의대 교수들의 대규모 사직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의료계와 극적 타결에 나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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