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황제' 시진핑 첫 외교행보, 위세 속에 감추지 못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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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뒤 첫 외교 행보로 정의용 실장과 면담, 자리배치 결례 논란 속 중국 소외 초조감 드러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베이징 공동취재단)
1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있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면담은 여러 가지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 주석이 개헌안 통과로 종신집권까지도 가능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다음날 나선 첫 번째 외교행보였다는 점도 관심을 끌게된 이유 중 하나다.

시 주석과 정 실장의 면담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보기 불편했던 장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시 주석이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은 반면 정 실장은 하석에 앉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도 그 중 하나다. 지난 해 5월 역시나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시 주석을 면담했을 때와 똑같은 자리배치였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 해 부터 시 주석이 각국 특사단을 맞이할 때 동등한 위치가 아닌 정 실장과 같은 자리배치를 종종 해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 전 총리 방중 시 이런 자리배치가 한국에서 홀대 논란으로 비화됐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중국이 이번에도 똑같은 자리배치를 고집한 것은 대국답지 못한 처신이었다. "중국 측도 마찬가지로 한·중 관계의 발전을 중요시 하고 있다"던 시 주석 발언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다.

특사 면담이 끝난 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시 주석과 정 실장의 발언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측은 정 실장이 시 주석에게 다시 한번 한국 방문을 초청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소개하지 않았다. 통상 정상들의 대화 내용은 당사국들이 각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뽑아서 소개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양국간 발표 내용이 반드시 일치해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비롯해 수 차례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는 사실조차 중국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날 시 주석과의 면담은 '황제'에 비견되고 있는 시 주석의 권위를 외교무대까지 연장하고자 하는 중국의 저의가 군데군데 드러난 무대였다. 동시에 한 꺼풀만 벗겨보면 최근 북핵 문제의 진행과정을 바라보는 중국의 초조한 시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 공동취재단)
시 주석은 면담에서 "중국의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과 관련국 의견을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길 원한다"며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이 북핵 문제의 근본이 되는 해법임을 강조했다. 한 술 더 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 면담이 끝난 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가진 환영 만찬에서 "시 주석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자화자찬'성 발언을 이어갔다.

시 주석과 왕 부장이 중국의 핵심적 역할을 스스로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 만큼 중국 내부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특사단 방문 다음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임에도 정 실장 방문 소식을 1면에서 비중 있게 다룬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국가 원수가 아닌 정의용 실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1면 상단에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정 실장이 최근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기여를 해 감사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시황제'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내 여론에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의 초조함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북·미 관계 개선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악화되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게 호전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을 경우 언제든지 중국에 위협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필요성이 사라진 이후 중국에 대한 무역 파상공세를 더욱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 구도에서 시간을 두고 다뤄지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가장 예측 힘든 두 지도자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북미 화해 분위기는 중국이 끼어들 조그만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양회 기간임에도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외교 3인방이 총출동해 정의용 실장을 맞이하는 장면은 중국의 초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 주석과 중국이야 국제사회에서도 황제 같은 대접을 받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겠지만 스스로를 높인다 해서 황제 대접 받기란 요원한 것이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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