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의 예우와 진심 "이승엽 선배만큼은 힘으로 이기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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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제 공 어떤가요?' LG 차우찬(왼쪽)은 삼성에서 이적한 이후 첫 경기인 4일 삼성과 홈 개막전에서 대선배 이승엽과 고대했던 대결을 펼쳤다. 둘의 3번 대결은 2삼진, 1안타였다.(잠실=LG, 삼성)

 

영원히 '국민 타자'와는 승부할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그의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기게 됐고, 꿈에 그리던 대결이 성사됐다.

'LG맨' 차우찬(30)이 이적 후 최고의 홈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11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과 존경하던 선배였던 이승엽(41)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차우찬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8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안타 6개와 볼넷 1개를 내줬지만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가 무색하게 최고 구속 148km를 찍었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는 예리하게 꺾였다. 97개 투구수를 기록한 차우찬은 9-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홈 팬들의 기립박수와 "차우찬" 연호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11-0 대승을 거두면서 차우찬은 이적 후 첫 승을 거뒀다. LG의 팀 창단 이후 최다인 개막 4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한 LG 팬은 "차우찬 영입은 4년 95억 원 역대 투수 최고액이 아깝지 않은 신의 한 수"라고 극찬했다.

LG 차우찬이 4일 삼성과 홈 개막전에서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잠실=LG)

 

경기 후 차우찬은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지만 1회를 잘 마치고 내려오니까 많이 안정이 됐다"면서 "타자들이 대량득점을 해줘서 마음 편하게 던져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LG는 1회만 6점을 뽑아 차우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어 "LG로 와서 홈 개막전에서 인사드리고 싶었고 삼성을 나중보다 일찍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면서 "마침 홈 개막전 상대가 삼성이라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다행인 것 같다"고 후련한 소감도 밝혔다.

친정팀과 승부였다.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차우찬은 2006년 2차 1순위 7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1년을 뛰면서 70승48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ERA) 4.44를 기록했다. 차우찬은 "경기 전 몸풀 때 삼성 선수들과 인사했는데 반갑게 맞아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면서 "조금 색다른 것 같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회 첫 타자 박해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차우찬은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힘도 들어갔다"면서 "불펜에서도 많이 던져 힘을 뺐는데도 박해민과 어렵게 승부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게 이날 마지막 볼넷이었다. "마운드에서는 더 침착하고 집중하려고 했다"는 차우찬은 이후 큰 위기는 없었다.

친정팀에 대한 배려와 예우도 잊지 않았다. 차우찬은 마운드에서 경기 전 3루 쪽 삼성 더그아웃과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1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옛 동료들과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였다.

'동지에서 적으로' 차우찬(왼쪽부터)이 삼성에서 뛰던 지난해 5월 27일 SK와 원정 경기에 앞서 장원삼, 이승엽 등 동료들과 몸을 푸는 모습.(자료사진=삼성)

 

특히 차우찬은 대선배 이승엽과 첫 대결에서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지난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일본 무대 8년을 포함해 올 시즌 뒤 23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차우찬은 "경기할 때 다른 삼성 타자들은 보지 않았다"면서 "이승엽 선배에게만은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팀에 있다가 선배의 마지막 은퇴 시즌에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됐다"면서 "같은 팀에서는 상대할 일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나한테도 영광스러운 일이니까 자동적으로 나도 모르게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예우와 존경의 표시였다.

사실 이승엽은 차우찬에게는 '넘사벽'이나 마찬가지다. 입단 3년차인 1997년 홈런왕과 MVP를 거머쥔 이승엽은 1999년 54홈런, 2003년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뿜어냈다. 차우찬의 학창 시절 이미 국민타자였다. 2006년 차우찬이 삼성에 입단할 당시 일본에서 활약하던 이승엽은 2012시즌 복귀해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였다. 차우찬은 2회와 4회 모두 선두 타자로 이승엽과 상대해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예리한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특히 4회 원바운드 공에 당한 이승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마지막 6회는 이승엽이 차우찬의 시속 144km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내 자존심을 지켰다.

차우찬은 "선배님과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었고, 솔직히 힘으로 이겨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함께 했지만 지금까지 우러러봤던 선배와 첫 대결이었다. 차우찬은 시범경기 때부터 이승엽과 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내왔다. 이어 차우찬은 "마지막에 안타를 맞아서 비긴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어렵다는 첫 관문을 넘었다. 차우찬은 "투수 최고 몸값에 대한 부담 전혀 없다"면서 "그건 끝난 일이고 매 경기 한 시즌 치르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그건 없어진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컨디션이 100%라고 생각하는데 현재보다 더 좋아지기보다 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듬직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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