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생' 김원석·이형종, '귀족 선수협'에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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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아, 눈물은 이럴 때 흘려야지' LG 이형종(왼쪽)과 한화 김원석은 비록 입단 당시 위상은 달랐지만 투수에서 타자 전향, 방출 등 비슷한 시련의 과정을 겪은 뒤 올 시즌 개막 3연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막에 앞서 팬들을 실망시켰던 이른바 '메리트 파문'에 휩싸인 선수협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자료사진=LG, 한화)

 

지난달 31일 개막전으로 7개월 대장정에 돌입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10개 구단들은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겨우내 야구에 고팠던 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개막 3연전에서는 깜짝 활약을 펼친 늦깎이 예비 스타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28살 동갑내기 김원석(한화)과 이형종(LG)이다.

김원석은 올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당당히 안타 1위다. 3연전에서 7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 5할3푼8리로 4위에 올라 있다. 특히 지난 1일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잠실 원정에서 연장 11회 결승 2타점 2루타로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이형종도 기록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알토란 활약으로 17년 만에 LG의 개막 3연승을 견인했다. 넥센과 고척 원정 개막전에서 상대 에이스 앤디 밴 헤켄으로부터 결승 1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2-1 승리를 이끌었다. 발 빠른 포구와 레이저 송구 등 수비에서도 공헌하며 3연승의 발판을 놨다.

이들의 활약이 의미가 있는 것은 기나긴 역경을 딛고 비로소 올해 개막전 선발 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구단에서 방출된 아픔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우여곡절을 오로지 노력으로 극복해낸 둘이다. 최근 '메리트 부활 요청'과 '행사 보이콧' 논란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원석-이형종, 다른 듯 닮은 우여곡절

김원석은 올해 또 하나의 '방출생'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2012년 2차 7라운드, 계약금 4000만 원에 입단한 김원석은 이듬해 방출됐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중학교 코치를 거친 김원석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야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 입단한 김원석은 지난 시즌 전 친정팀 한화와 계약하며 프로 재진입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5월 생애 첫 1군에 등록된 김원석은 11경기 8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 절치부심한 김원석은 스프링캠프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개막 엔트리에 올랐다. '지옥 훈련'의 대명사인 김성근 감독도 인정할 만큼 훈련 벌레였다. 그러더니 톱타자의 중책을 맡아 마침내 야구 팬들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개막전 미숙한 주루 플레이도 있었지만 호수비와 2차전 맹타를 휘두르며 벌충했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 세리머니인가' 한화 김원석이 1일 두산과 원정에서 연장 11회 결승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이형종의 스토리는 김원석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만 못지 않게 굴곡진 사연이다. 이형종은 김원석보다 4년 앞서 계약금 4억3000만 원을 받은 특급 고졸 신인이었다. 특히 2007년 서울고 에이스였던 이형종은 대통령배 결승에서 '눈물의 역투'를 펼쳐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형종은 2년 동안을 부상과 재활로 보냈다. 2010년에야 첫 승을 올렸지만 다시 팔꿈치 부상이 도져 그해 8월 구단과 면담 끝에 스스로 방출을 결정했다. 이후 골프 선수로 외도를 하기도 했으나 야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12년 말 이형종은 다시 LG에 입단했으나 투수의 삶을 접어야 했다. 투수로서 재기가 쉽지 않자 2014년부터는 외야수로 전향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1군에서 61경기 타율 2할8푼2리 1홈런 14타점 14득점을 기록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당당히 쌍둥이 군단의 1번 타자로 낙점돼 펄펄 날았다.

▲"팬들이 이름을 외칠 때 나는 비로소 야구 선수다"

이들이 힘겹고 길었던 시간을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야구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구단에서 방출돼 외도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뛰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버텼고, 꿈에 그리던 무대로 다시 왔다.

김원석은 1일 경기에서 결승타로 승리를 이끈 뒤 중계 인터뷰에서 "팬들이 이름을 연호하는데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생각만으로만 했던 일이 일어나서 감개무량하다"고 여운이 있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 동료) 윌린 로사리오만 하던 것을 나도 해보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련의 시간도 돌아봤다. 김원석은 "군대 이등병 시절 때 한국시리즈를 봤는데 내 친구들이 마운드에서 던지고 타석에서 치는데 나는 걸레를 빨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인터뷰인가' LG 이형종이 지난해 4월12일 롯데와 잠실 홈 경기에서 연장 끝내기 승리를 이끈 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모습.(자료사진=LG)

 

이형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12일 롯데와 잠실 홈 경기에서 데뷔 처음으로 수훈선수상을 받은 뒤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이형종은 데뷔 첫 타점을 올리는 등 멀티히트와 타점으로 12-11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눈물 왕자'라는 이형종의 별명과 재기 과정을 아는 LG 팬들은 "울지 마!"를 연호했다. 이에 울컥한 이형종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팬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벅차올랐다"면서 "너무 좋아서 눈물도 조금 나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둘은 모두 팬들의 응원에 감격했다. 어디 이들뿐일까. 지금도 퓨처스리그나 독립구단, 혹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그 환호를 듣기 위해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10개 구단 1군 270명 정도를 뺀 대한민국의 야구 선수들, 전체일 것이다.

▲"팬들에게 사인해줄 수 있을 때가 행복인 줄 알아야"

그런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시즌 개막에 앞서 그 팬들을 위한 행사에 대한 수당을 구단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행사비가 없을 경우 보이콧하겠다는 의사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주도한 것은 수억 원 연봉을 받는 고참급 선수들로 전해졌다.

최근 이와 관련한 보도에 선수협은 반박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결국 이호준 회장이 3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폐지된 메리트(승리 수당) 제도 부활까지 요청한 정황도 드러난다. 이 회장의 사퇴는 선수협의 부당한 요구가 사실이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선수들의 상실감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지난해 승리 수당이 없어진 가운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전지 훈련 격려비까지 줄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선수들이 구단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게 이번 논란의 배경이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메리트 제도가 없어진 마당에 개인당 50만 원 남짓한 돈을 아끼자는 구단도 선수들을 자극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사퇴' 이호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김선웅 협회 사무총장과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그렇다고 해도 일각에서 제기하듯 '팬들을 볼모로' 삼아 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사인회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은 이미 리그에서 스타급이다. 이미 KBO 리그 1군 선수들의 연봉은 평균 2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런 선수들이 수당을 주지 않아 행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팬심보다 돈이 먼저라는 인식으로 프로 선수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한 선수 출신 야구인은 "언제까지 자신들이 스타일 것인가.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한 시간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선수협의 단체 행동을 부추긴 고참들도 신인일 때가 있었을 터. 처음부터 고액 연봉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원석이나 이형종처럼 팬들의 응원이, 또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간절했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망각한다면 팬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현실로 나타났다. 방출을 극복한 늦깎이 스타들이 선수협에 던져준 묵직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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