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고위 간부, 돈 건넨 건설업자 등 24명 경찰에 적발
광주광역시교육청과 학교에서 발주한 시설공사를 특정업체에 수의계약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前 교육장과 교육청 고위 간부, 전.현직 교장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건설업자 등 24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23일 광주시교육청과 산하 각급 학교에서 발주한 시설공사를 특정업체에 수의계약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前 교육장 이 모 씨와 전 초등학교 교장 김 모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 前 교육장, 수의계약 대가 2천 수수
광주 동부교육지원청 前 교육장인 이 씨는 지난 2006년 1월부터 지난 2009년 2월까지 모 학교 교장 및 교육장으로 재직하면서 교장실 내부 보수공사 등 20건에 1억 5천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정 모 씨로부터 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광주시교육청 3급 부이사관인 이 모 씨와 교육청 5급 사무관인 윤 모 씨 그리고 현 초등학교 교장 박 모 씨 등 4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시 교육청 3급 부이사관인 이 씨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동부교육지원청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건설업자 정씨가 지목한 특정학교의 현안 사업비를 깎지 않고 그대로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1천2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 교육청 5급 사무관 윤 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동부교육지원청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교육 정보화 홍보관 책상 구입 등 17건에 공사비 8천만 원을 수의계약 대가로 9백2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 초등학교 교장 박 모 씨와 전 초등학교 교장 김 모 씨 등 전.현직 교장 4명은 자신들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 시설 보수 공사의 수의계약 대가로 9백만 원에서 1천7백만 원을 건설업자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함께 학교 시설 공사와 관련해 1백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교장과 공무원 등 15명에 대해 시 교육청에 징계하도록 기관통보하고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모 건설회사 대표 정 모 씨 등 2명에 대해서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치밀한 범행 수법 보여
경찰조사결과 이들 교육 관계자는 수년 동안 학교 등 공사 수의 계약 때마다 매회 공사금의 10%를 정액으로 정해 놓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져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학교공사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건설업자가 학교 등 관공서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금품수수 장소는 은밀한 곳이 아닌 교육장 직무실과 교장실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 교육 관계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범행의 대담성을 보였다.
이들 교육 관계자는 학교 공사의 공개입찰을 피하고 학교장 재량으로 수의계약을 발주할 수 있는 2천만 원 이하의 공사금액을 맞추기 위해 이른바 공사 쪼개기 수법을 사용했다.
여기다 특정업체로 수의계약이 집중돼 발각되지 않게 하려고 직접 공사하는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의 명의만을 빌려 수의계약 하도록 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형식적으로 공사계약 절차를 구비해 놓기 위해 해당 공사와 관계 없는 다른 업체가 마치 정상적으로 견적서를 제출한 것처럼 비교 견적서를 제출하는 치밀한 방법을 사용했다.
◈ 관리감독 제도적 보완 필요
이처럼 교육장. 교장이 공사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운영, 인사, 예산, 집행권 등 모든 권한이 교장 1인에게 집중돼 있어 공사 계약 실무자인 행정실장은 학교장의 지시에 따라 지정한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현재와 같은 학교 공사계약, 집행 시스템으로는 수의계약 비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학교 시설물 부실공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일부 학교장의 만성화, 관행화된 비리를 적발하고 투명한 학교 행정이 될 수 있도록 제왕적 권한을 가진 학교장을 견제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로 무풍지대로 여겨진 교육계 비리가 자정.정화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광주CBS 김형노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