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주택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연합뉴스"우리는 관광객 말고 이웃을 원한다." "주거비가 우리 삶을 앗아가고 있다. 가격을 낮춰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도심에서 폭등하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뛰쳐 나왔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드리드 세입자연합과 스페인 양대 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약 2만 3천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관광객 말고 이웃을 원한다" "주거비가 우리 삶을 앗아가고 있다. 가격을 낮춰라" "주거권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9700만 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처럼 늘어난 관광 수요가 오히려 주거난을 부추긴 것은 물론, 이민자 증가와 중남미 부유층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드리드 세입자연합은 "임대 수익만을 노린 부동산 시장이 수천 가구를 경제적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5년 스페인의 주거 비용은 한 해 전보다 약 13% 상승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1~2025년 신규 가구 증가 속도가 신규 주택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며 현재 약 7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다.
무엇보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스페인청년협의회(CJE)에 따르면 청년층의 세후 평균 월급은 1190유로(약 209만 원)인 반면, 평균 월세는 1176유로(약 206만 원)에 달한다. 월급의 98.7%가 월세로 나가는 셈이다. 스페인청년협의회는 "청년들에게 독립은 더 가난해진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시위에 참가한 29세 광고회사 직원 아이린 기니아는 "매우 높은 임대료를 내면 결국 아파트 살 돈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주택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연합뉴스주거난이 심각해지자 스페인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부는 지난달 향후 4년간 공공주택 건설에 70억 유로(약 11조 원)를 투입하고 청년층 임차·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회는 주거용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2%로 제한하는 법안을 부결했다. 이에 시민들의 불만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마드리드 세입자연합 대변인인 페르난도 산토스는 "정부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집주인들로부터 퇴거 통지는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노동조합연맹(CCOO)의 우나이 소르도 사무총장은 "정부의 주택 대책 일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진전은 달팽이처럼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 위기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